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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3700가구 성산시영, 재건축 안전진단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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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로 입주 33년을 맞이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소재 성산시영아파트 전경. 이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며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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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3710가구 대단지 성산시영아파트가 다음달부터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모금을 시작한다.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이어 성산시영까지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모금에 나서면서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 강화 후 1년여간 잠잠했던 서울 재건축시장이 다시 꿈틀대는 조짐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산시영아파트 재건축예비추진위원회는 지난 10일 마포구청에서 정밀안전진단 모금을 위한 총회를 실시했다. 추진위는 이달 말 단지 내 사무소를 개설하고 다음달 초부터 진단비용 모금을 시작할 방침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아쉽게 미뤄진 만큼 이번엔 꼭 안전진단을 받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강하다"며 "조만간 마포구청장을 면담해 재건축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단지 규모를 고려해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비용(예치금)을 2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모금이 완료되는 대로 이르면 상반기에 안전진단 신청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추진위는 앞서 지난달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주민 모임인 '올재모(올림픽선수촌아파트재건축모임)' 측에 적극적으로 자문하고 있다.

1986년 준공된 이 단지는 지난해 초 안전진단 기준 강화 시행 전에 정밀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마포구에 예치금까지 납부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용역을 맡은 시설안전공단이 정부 규제를 이유로 계약을 유보하며 안전진단이 결국 무산됐다. 최근 총 14개 단지 2만5000여 가구에 달하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들도 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모금에 나설 예정이다. 신시가지아파트 5단지는 다음달 2일 재건축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 기금 조성 설명회를 연다. 9단지 역시 '재건축준비위원회'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을 새롭게 꾸리고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준비 중이다.

최근 집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재건축 단지들이 움직이는 것은 결국 재건축이 이뤄져야 삶의 질 향상과 장기적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에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산시영아파트의 한 주민은 "주차장이 부족해 이중·삼중 주차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황에 따른 시세 차익을 따지기에 앞서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서라도 재건축을 하루빨리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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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이나 안전진단 신청 등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 자체가 단지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성산시영아파트는 재건축이 다시 추진되면서 급락했던 시세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59.43㎡ 매물은 지난 9일 8억원(9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3층 매물이 6억757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대비해 1억2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으로 9·13 대책 직전 기록한 종전 최고가(8억500만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올 들어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재건축 단지들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아직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올해가 재건축 부담금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은 준공 시점 새 아파트 가격에서 추진위 승인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등을 뺀 금액(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50%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재건축 사업 개시시점인 추진위 승인 당시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부담금 규모가 줄어들고, 반대로 종료시점인 준공 시 공시가격이 높아질수록 부담금 규모는 증가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올 들어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공시가는 대폭 상승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앞으로도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거나 추진위를 구성하는 재건축 사업장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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