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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퇴직연금, 연금 준다는데 가입한 사람 드문 이유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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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25)

중앙일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귀찮음, 어려움, 불안감, 황망함' 네 가지다. 제도가 바뀌니 번거롭고 귀찮고, 모르는 용어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으니 어렵고 불안하다. 그리고 주위에서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이 없으니 황망함에 자신도 주저하게 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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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은 비록 말로 표현은 안 하지만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귀찮음’이다. 괜히 잘 받는 내 퇴직금을 왜 퇴직연금제로 바꾸어 나를 귀찮게 하느냐는 것이다. 둘째, 퇴직연금제 용어의 ‘어려움’이다. 도대체 확정급여형은 무엇이고, 확정기여형·개인형 퇴직연금은 무엇이란 말인가. 셋째, 돈에 대한 ‘불안감’이다. 투자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줄 모르겠고, 혹시 원금을 날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넷째, 주위에 퇴직연금 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황망함’이다. 이 네 가지 모두 충분히 공감이 가는 생각들이다.

금융 문맹 타파해야…초등생부터 금융교육을
첫 번째, 귀찮음이다. 누구나 무엇을 새로 한다는 것은 귀찮기 마련이다. 특히 그것이 금융과 관계될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금융에 관한 교육이 거의 없는 금융 문맹 국가 수준이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데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냐며 볼멘 심정으로 그냥 생각하기 귀찮은 것이다. 이 귀찮음을 극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은 금융 문맹을 타파하는 길밖에 없다.

그것도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 교과 과정에서 금융에 대해 교육하고, 투자가 필수라는 것을 몸에 익히고, 직장을 잡으면 퇴직연금제 가입은 나의 권리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대입 입시에 금융이나 투자에 대한 과목을 포함하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학생들에게 돈을 가르친다고,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반발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분명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돈을 모르면 글을 모르는 것과 같고, 투자를 모르면 투기에 빠지기에 십상이라는 점을 안다면 이를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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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난강초등학교에서는 금융지식과 새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교육한다. 사진은 한 학생이 자신의 학생증을 도서관 내 자동지급기(ATM)에 갖다 대 가상화폐 보유량을 확인하는 모습.[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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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어려움에 대해서다. 누구나 퇴직연금제도에 관한 용어를 어렵게 생각한다. 이는 두 가지 면에서 기인한다. 퇴직연금제도의 출발점은 서양이라는 점과 이를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일본이 사용하던 용어를 일부 우리가 받아들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용어를 자주 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용어를 자주 접하려면 제도와 친해져야 한다. 제도와 친해지려면 많은 소통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도에서 가장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입자 교육을 강화하는 길이 현명한 방법이다.

세 번째, 불안감에 대해 살펴보자.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은 수익과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불안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관리하는 가입자는 이러다 혹시 돈의 가치가 떨어져 나의 노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결국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관리하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라는 용어를 안 쓰는 이유는 원리금 보장이란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믿을 수 있고 공신력 있으며 일정한 수익률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대행해 주면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편으로 활발히 논의되는 것이 바로 ‘디폴트 제도’다. 가입자가 안심하고 맡기고 고수익은 아니더라도 받아 들일만 한 수준의 수익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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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제도를 활용하면 가입자가 안심하고 돈을 맡기고, 수익은 챙길 수 있다. 개인의 삶에 관여하는 국가의 역할을 줄여가는 것이 복지제도의 목표이기에, 우리는 퇴직연금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내 노후를 꾸려 가야 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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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황망함이다. 퇴직연금제도에는 버젓이 연금이라는 용어가 들어있다. 생각만 해도 뿌듯한 연금을 받는 제도라는데, 어찌 현실은 연금 받는 사람이 드문 것일까.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는 55세 이전 퇴직하면 퇴직금을 의무적으로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로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전 후 해지가 거의 자유롭기 때문에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해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IRP의 경우 생계형 지출로 해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상황은 참 난감하다. 당장에 현금이 필요한 사람한테 노후를 생각해 적립금을 찾지 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처방은 가입자 개개인의 인생설계 철학에 기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예컨대 아무리 어려워도 IRP 적립금만은 세제 혜택을 누리는 수단으로 삼아 악착같이 재투자를 해 노후자금으로 불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우리 노후를 지켜 줄 것이 거의 없는 것을.

노후 복지, 개인 책임 커지는 추세
이쯤 되면 선진국에서 이런 제도를 왜 만들었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의구심은 괜히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 금융기관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국민의 노후가 힘들어질 것이란 사실이다. 과거 국가가 국민 노후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지만 이젠 기업·개인의 민간 영역으로 떠넘기고 있다.

개인의 삶에 관여하는 국가의 역할을 줄여가는 것이 복지제도의 목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현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복지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내 노후를 꾸려 가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와 더 친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부지런히 묻고, 공부하고, 이해하고, 나누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하기에 따라 나의 제도가 되기도 하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제도가 되기도 한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성일 (주)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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