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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하노이 리포트] 中단둥 통제 삼엄, 베트남 동당역은 보수중…金 열차이동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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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2차 정상회담 D-4 ◆

매일경제

긴박한 베트남
2차 미·북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경호를 위해 장갑차가 투입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차로 이동할 경우 지나가게 될 중국과 접경 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앞 도로에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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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40㎞ 올라가면 나오는 랑선, 거기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17㎞를 더 달리면 중국과 베트남 국경을 잇는 산간 협곡의 시골역 동당이 나온다. 호기심 많은 소수 관광객이나 주목하던 허름한 역사가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맞아 전 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서 열차를 타고 들어온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22일(현지시간) 동당역 부근은 이미 손님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문을 닫아걸고 김 위원장 방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역 전체를 통째로 갈아엎는 듯한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다. 역사 앞 부서진 화단을 교체하고, 시멘트와 모래를 실은 트럭이 들어와 외벽을 수리하고 있다. 곳곳에서 용접 불빛이 카메라 플래시처럼 터지며 긴박한 분위기를 더한다.

때마침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에 있는 중롄호텔이 통제에 들어가면서 김 위원장이 철도로 하노이까지 넘어올 거란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 호텔은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가 바로 보이는 곳이다. 이 호텔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열차로 중국에 갈 때 보안을 위해 항상 방을 비웠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호텔은 23일 오전부터 투숙객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기존 투숙객에게도 23일을 기해 전부 나가달라고 통지했다. 김 위원장이 23일 오후 국경을 넘어 단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철도 방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단둥 소재 호텔을 통제하고 동당역을 보수하는 것은 김 위원장 동선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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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하노이 호안끼엠 부근 거리 역시 메가톤급 행사를 코앞에 두고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우리나라 명동 격인 이곳은 김 위원장 숙소로 꼽히는 멜리아 호텔, 회담장 1순위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과 오페라하우스, 베트남 정부 영빈관이 모두 몰려 있는 곳이다. 검은 옷을 입고 실탄이 장착된 총을 든 경찰특공대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거리를 지킨다.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덩달아 움찔대는 광경이 보인다. 경찰특공대가 운전하는 장갑차가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이 현지매체 카메라에 잡혔을 정도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노이 시내는 물론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지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날 하노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이 당일치기에 머물 수 있다는 워싱턴발 시나리오도 화제를 끌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정상회담 일정은 27~28일 이틀이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정부의 한 당국자가 언론과 전화 브리핑을 하면서 "(2차 미·북정상회담 일정은) 추후에 나올 것"이라며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와 형식이 비슷할 것"이라고 밝히자 일정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차 회담 당시 6월 10일 밤 싱가포르에 도착해 다음날인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과 회담한 건 12일 하루였다. 1차 회담 당시와 비슷한 구도로 2차 회담이 흘러간다면 26일 하노이에 들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응우옌푸쫑 국가주석을 비롯한 베트남 정부 핵심 인사와의 미팅으로 하루를 보낼 공산이 크다. 응우옌푸쫑 주석이 당초 25~27일이었던 라오스·캄보디아 출장 일정을 24~26일로 하루 앞당긴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은 자연스레 28일로 밀리고, 27일은 만찬 행사만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일정을 27~28일로 발표한 건 북한 측이 날짜를 확정하지 못해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W메리어트 호텔이 세간의 추측대로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 굳어진 것과 달리 김 위원장 숙소를 놓고서는 무수한 시나리오만 파생되고 있다. '멜리아 호텔 유력설'이 사라진 자리에 소피텔 메트로폴, 팬퍼시픽, 영빈관이 떠오르더니 돌고 돌아 결국 다시 멜리아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유력 회담장으로 꼽히던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 카드도 북측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정확한 정보를 미국은 물론 주최국 베트남에도 알려주지 않아 베트남 정부도 고생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보안을 지키려는 북한 의전팀이 의도적으로 여러 설을 흘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담 실무협상 대상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움직임에 더 많은 주목이 쏠리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와 김 특별대표는 전날(21일) 비건 특별대표 숙소인 뒤파르크 호텔에서 오후 4시 30분가량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일찍부터 회담 자리를 가졌다. 김 특별대표를 태운 검은색 벤츠는 오전 8시 50분께 숙소인 베트남 정부 영빈관을 떠나 비건 특별대표 측 숙소인 뒤파르크 호텔로 향했다. 5시간을 함께 보낸 후에야 두 번째 날 회담이 파했다. 논의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밀려 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베트남 정부의 미·북정상회담 준비 회의에서 "베트남이 이번 기회를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이미지를 널릴 알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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