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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비핵화 담판 앞둔 美…"北핵·미사일 '동결'" 언급 왜 나왔을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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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the300] 미 고위당국자 "WMD 동결에 관심"...영변 폐기 前단계 '동결'부터 단계적 비핵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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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AP/뉴시스】오는 27~28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1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티셔츠 매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디자인된 셔츠가 진열돼 있다. 2019.02.2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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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을 관심 사안으로 거론했다. 미국이 자국민과 본토 위협 제거를 위해 WMD 위협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은 있었지만 미 정부 당국자가 '동결(freeze)'을 직접 언급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오는 27~28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동결이 비핵화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북미 협상에 밝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관심 사안과 관련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지난달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제시된 우선순위의 일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WMD 프로그램의 동결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공유된 이해의 진전 △최종적 로드맵을 향한 협력 등을 언급했다. 비핵화 의제 중 하나로 핵·미사일 동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비건 대북대표는 당시 강연에서 △영변 핵시설과 영변 외(beyond) 북한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 △포괄적 핵 신고와 사찰·검증 △핵무기와 미사일 등 모든 WMD 비축고 폐기 등을 언급했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로드맵의 각 단계에 맞물리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들이었다.

비건 대북대표는 그러나 당시 '동결' 단계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 행정부 핵심 고위 인사가 북미 회담을 코앞에 두고 직접 '동결'을 언급한 셈이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동결-신고-사찰-검증-불능화-폐기' 단계로 이뤄진다. 핵물질과 미사일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을 뜻하는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초입 단계에 해당한다.

비건 대북대표와 고위 당국자의 발언, 최근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등을 종합하면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과 미사일 시설 동결부터 시작해 후속 협상을 통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해 온 영변 핵시설 폐기의 전 단계로 영변 원자로와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 핵탄두가 실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공장의 가동 중단을 핵심 의제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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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뉴스1) 성동훈 기자 =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닷새 앞둔 22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 2019.2.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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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 동결 카드는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민들이 한반도 비핵화보단 당장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ICBM 동결·폐기를 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엔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며 "이번 만남(2차 회담)이 결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핵·미사일 추가 개발과 실험을 막는데 우선 초점을 두고,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핵·미사일 등 WMD 동결이 당초 미국이 밝혀 온 비핵화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동결 후 신고·검증이 막히고 핵시설 등의 폐기를 거쳐 완전한 비핵화로 진전되지 못할 경우 북핵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워싱턴 조야와 국내에서 제기된 '스몰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미사일 동결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점진적인 조치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2차 정상회담에서 비중 있는 비핵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얘기다. '빈손 회담'을 경계하는 워싱턴 조야의 비판을 감안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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