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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마두로, 브라질 국경폐쇄…美 구호품 반입 놓고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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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끝내 브라질 국경을 폐쇄하면서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이 오는 23일 육로와 해상을 통해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을 반입하겠다며 정면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국경도 폐쇄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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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19년 2월 21일 군 지휘부와 회동한 뒤 브라질 국경 폐쇄를 발표하고 있다. /마두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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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영 VTV 연설에서 "오후 8시부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브라질과 맞대고 있는 국경을 완전하고 절대적으로 폐쇄하겠다"며 "콜롬비아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군 지휘부와 회동한 뒤 사령관들을 대동한 채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원조를 "어린애 장난"이라고 부르며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틈타 석유를 빼돌리려는 수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달러(약 33조8000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긴 미국이 이제와서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라는 비판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마두로 대통령에게 새 대선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원유와 금의 수·출입도 막았다. 지난달 28일에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마두로 정권으로의 송금을 차단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구호 물품을 반입하려는 야권의 계획도 "나라를 망치기 위한 싸구려 정치 쇼"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미 제국이 지금 꼭두각시들과 꾸미고 있는 일은 내부 도발"이라며 "그들(미국과 야권)은 우리나라에 큰 혼란이 일어나기를 바랬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베네수엘라는)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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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범미보건기구(PAHO)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지원한 의약품과 의료 장비 등 300톤. /마두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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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범미보건기구(PAHO)를 통해 의약품과 의료 장비 등 300톤을 지원한 러시아에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마두로 축출 시도를 내정 간섭이라 비난하며 중국 등과 함께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연설 이후 군부는 오는 24일까지 모든 선박의 출항을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범죄자 단체의 행동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구호 물품 반입을 추진하는 야권을 겨냥한 조치다. 주요 접경 지역에 미사일과 보병도 대거 배치했다.

과이도 국회의장 등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들은 이날 오전 수도 카라카스에서 콜롬비아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구체적인 반입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간 사슬’을 만들어 구호 물품을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야당 의원 20여명은 브라질 국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정부는 베네수엘라 국경이 폐쇄돼도 북부 호라이마주(州) 보아비스타시(市)와 파카라이마시 상공을 통해 미국의 구호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과이도 의장이 운송 수단을 보낼 수 있을 때까지 통조림과 약품 등은 파카라이마시 저장 창고에 보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구호 물품 운반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난 20일 구호 물품 250톤을 실은 선박이 출항해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다.

원조 반입을 촉구하는 미국과 인근 국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다음 주 콜롬비아를 방문해 베네수엘라가 처한 인도주의·치안 위기와 베네수엘라 원조 반입을 돕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주제로 연설할 계획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마리오 압도 파라과이 대통령도 오는 22일 구호 물품 반입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콜롬비아를 방문한다.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지난 6일 베네수엘라 국경 우레나와 콜롬비아 쿠쿠타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를 막은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서부 팔콘주와 카리브해 원조 물품 저장지인 네덜란드령 쿠라사우·아루바·보네르 등 3개 섬의 국경을 폐쇄했다.

이미 300만명이 나라를 떠난 베네수엘라에서는 다시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난에 ‘두 대통령’ 사태로 정국까지 불안해지면서다.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 단위)는 종이 공예에 쓰일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

[포토]국경 폐쇄에 드러누운 트럭…구호품 '반입' vs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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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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