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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유엔사 성명에 발끈한 北…군사합의 난제에 국방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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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0월 16일 판문점에서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위한 남북한ㆍ유엔사 간 3자협의체가 처음 열렸다. 남측 조용근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북측 엄창남 대좌, 유엔사 측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 해밀턴 대령 등이 회의하고 있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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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ㆍ19 군사합의 이후 속도전을 보였던 남북의 군사적 긴장완화 협력이 최근 주춤세를 보인다. 남북이 이달 중 끝내기로 한 DMZ 공동 유해발굴단 구성과 상호통보 절차는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자칫 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은 북ㆍ미 정상회담에 올인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끝나면 9ㆍ19 군사합의 이행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속으론 JSA 자유왕래와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개최란 난제 때문에 앓고 있다. 두 사안에 대해 북한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JSA 관리기구에서 빠지는 것을 요구하면서 관광객들이 JSA 안에서 민간인의 자유로운 왕래 허용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한국이 유엔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유엔사는 ‘JSA는 유엔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해 10월 16일 판문점에서 첫 남북과 유엔사 3자 회의 때 ‘유엔사 배제’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며 “다음 날인 17일 유엔사가 성명을 발표한 뒤부터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당시 성명에서 “큰 틀에서 3자 회의는 9ㆍ19 군사합의 이행을 논의하는 남북 군사대화를 현 정전협정 체제와 연결한(join)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당초 유엔사가 초반에만 참여하고 빠지는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라며 “그런데 유엔사가 성명에서 계속 참여할 뜻을 밝힌 뒤 북한은 ‘남북 양자가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영태 동양대 미래군사과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JSA 비무장화를 정전협정의 상징인 JSA를 무력화한 뒤 유엔사 해체로 가는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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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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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다양한 군사 현안을 협의하기로 한 군사공동위원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이 9ㆍ19 군사합의 1조 1항의 재논의를 거론하면서 좀처럼 진도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조 1항엔 “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ㆍ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 공동위’를 가동하여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한국은 ‘무력증강이라는 표현은 현재 쓰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북남 수뇌(남북 정상)가 결정한 내용을 고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명분은 표현 수정이지만, 북한이 무력증강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우리의 국방정책에 간섭하기를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의 견해차가 너무 커 군사공동위 일정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표현 수정을 양보하더라도 큰 양보를 우리로부터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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