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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피해자 對 피해자' 싸움 된 안희정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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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원 "性인지 감수성이 증거보다 상위개념인가" 또 비판

"지사님이라면 모든 걸 다 내줄 수 있어" 카톡 내용도 공개

조선일보

'안희정 아내' 민주원, '미투 폭로' 김지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며 "둘(안 전 지사와 김씨)은 연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씨는 지난 13일에도 "이번 사건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과 함께 민씨 역시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피해자 대 피해자'의 공방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민씨는 지난 2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희정씨와 김지은씨에 의해 뭉개져 버린 여성이자 아내로서의 제 인격이 항소심에서 다시 짓밟혔다"며 2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지난 1일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민씨는 "성인지 감수성은 법적 증거보다 상위개념인지 (재판부에) 묻고 싶다"며 "재판부가 왜 주장만 받아들이고 정황 증거는 무시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민씨는 김씨가 안 전 지사, 충남도청 공무원 등과 나눈 텔레그램,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2017년 9월 김씨는 지인에게 "스위스 다녀오고선 (안 전 지사가) 그나마 덜 피곤해하시는 것 같아요. 릴렉스(휴식)와 생각할 시간을 많이 드린 것 같아서 뿌듯해요"라고 했다. 김씨는 당시 안 전 지사와 스위스 출장을 가서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었다. 민씨는 페이스북 글에서 "문자를 처음 봤을 때 치가 떨렸다. 두 사람은 연애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같이 일하던 충남도청 직원 등 지인에게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절 위로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2017년 9월 15일), "지사님이라면 모든 걸 다 내줄 수 있어"(2017년 10월 21일)라고 했다.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마음이 너무 아파. 부서 이동은 이별이야. 나 사랑해주는 사람한테 사랑받고 싶어"(2017년 12월 11일)라고 했다.

김지은씨를 돕는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 2차 가해이자 흠집 내기"라고 반발했다. 대책위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문자 메시지 등은) 1·2심 재판 과정에서 (안 전 지사와) 같은 정치 집단 내 있었던 동료가 안 전 지사 측에 제공한 것"이라며 "불륜 주장은 도구일 뿐이고, 무죄가 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어떤 날조, 편집, 가짜 뉴스 생산도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씨 측이 일부 메시지를 가지고 여론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주의 서정욱 변호사는 "민씨가 사실상 안 전 지사의 변호인 역할을 하면서 3심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여론전을 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민씨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억울한 감정을 남편인 안 전 지사가 아닌 김씨에게 돌리고 있다"며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프레임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썬앤파트너스의 선종문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민씨 입장에선 안 전 지사와 김씨를 불륜으로 형사 고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가정이 파탄 난 피해자인 민씨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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