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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트럼프, NYT 콕 찍어 “국민의 적”… NYT ‘폭군’ 거론하며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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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사법방해 의혹 기획기사 싣자… 트럼프 “통제불능 가짜뉴스” 발끈

NYT, 역대 대통령 발언 인용하며… “언론자유 없는 사회 위험” 맞대응

로건 “언론편향 심각” 트럼프 옹호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거짓이다. 그들은 진정한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민의 적이란 말은 거짓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독재자와 폭군들이 휘둘러 온 추한 역사가 있다.”(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미국 유력 언론사 NYT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백악관과 비판 언론의 공방전이 격화한 데다 유명 종군기자 라라 로건 전 CBS 해외특파원이 미 언론계의 진보 편향을 우려하고 나서면서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을 달구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과 설즈버거 발행인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언론이 오늘날보다 더 정직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쓰인다. 필자들은 검증을 위해 전화로 묻지도 않는다. 그들은 통제 불능”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NYT를 콕 찍어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만 거론하며 적으로 규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NYT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기간 및 재임 중 자신을 둘러싼 연방기관의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담은 기획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고, NYT는 “엄격하게 보도했다”며 맞섰다. 이 보도가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미국 건국자들은 자유언론이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믿었다”고 맞섰다. 이어 “모든 이의 안전이 자유언론에 있다”(토머스 제퍼슨), “활발한 언론이 없는 자유 사회는 위험하다”(존 F 케네디), “자유롭고 강력하고 독립적인 언론보다 더 필수적인 요소는 없다”(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응했다.

○ 유명 종군기자 로건의 트럼프 옹호

대통령 보도에 대한 언론계 내부 갈등도 가세했다. 로건 전 특파원은 18일 보수 성향 팟캐스트 방송 ‘브라이트바트 뉴스’에 출연해 “미 언론의 리버럴(liberal) 편향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언론은 터무니없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미국에 재앙”이란 진행자의 발언에도 동의했다. 이어 “언론이 대체로 진보적이지만 지금 미국 언론인 85%가 민주당 소속”이라면서 “객관적이 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저버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 일색인 미 언론의 논조를 비판했다.

로건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 소식 발표 직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취재하다가 약 200명의 이집트 남성에게 둘러싸여 집단 성추행을 당했다. 이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지만 언론인 활동을 계속했다.

NYT 못지않게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 워싱턴포스트(WP)도 논란에 휩싸였다. WP로부터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 참전용사를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은 켄터키주 커빙턴의 고교생 니컬러스 샌드먼은 최근 WP를 상대로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힘내라 닉(니컬러스의 애칭)”이라며 응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절차가 더 쉬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최근 공인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언론사를 보호하는 기념비적 결정이던 1960년대 ‘NYT 대 설리번’ 판결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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