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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하위 20% 가구소득 18% 급감…분배 개선 노력에도 더 커진 소득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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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분기 가계동향

임시직·자영업자 등 일자리 감소

하위 20% 가구소득 최대폭 하락

상위 20%는 역대 최대인 10.4% 증가

5분위 배율 5.47배로 소득분배 최악

작년 9월부터 기초연금 인상하고

아동수당 도입 ‘가처분소득’ 늘렸지만

경기둔화에 고령화·실직 파고 못 넘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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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10∼12월) 소득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7.7% 급감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해 9월부터 기초연금이 인상되고 아동수당도 도입됐지만, 고용 상황이 부진해 임시·일용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반면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역대 최대폭인 10.4% 늘었다. 이에 따라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격차도 4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전국 2인 이상 가구)은 460만6천원으로 한해 전보다 3.6% 늘었다.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은 각각 6.2%, 4.9% 증가했지만 사업소득은 3.4% 감소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이 부진한 탓에 자영업 가구를 중심으로 사업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사업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사회수혜금 등 공적이전소득과 가구 간 주고받는 사적이전소득을 합친 이전소득은 52만3천원으로 11.9% 늘었다.

세금, 사회보험료, 이자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95만3900원으로 한해 전보다 10% 늘었다. 여전히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 증가폭(23.3%)에 견주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게 개인이 저축이나 소비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다. 비소비지출 증가폭이 줄어들면서, 2016년 4분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온 실질 처분가능소득(0.3%)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소득 분위별로 보면,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한해 전보다 17.7% 줄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지난해 1분기(-8%)와 2분기(-7.6%), 3분기(-7%)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하위 20~40%(2분위) 가구의 소득도 4.8% 줄어든 277만3천원으로 집계됐다. 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폭(-18.7%)이 두드러졌는데, 업황 불황 탓에 자영업 가구가 2017년 24.4%에서 지난해 19.3%로 5%포인트가량 감소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소득하위 40~60%(3분위)와 소득상위 20~40%(4분위) 가구의 소득은 각각 1.8%, 4.8% 증가했고, 특히 소득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932만4300원으로 10.4%나 늘었다. 5분위 가구는 근로소득(688만5600원)이 14.2% 늘어 전체 소득 증가를 주도했다. 통계청은 상용직 노동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임금도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상용직 노동자는 34만2천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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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위 가구 소득은 역대 최대폭 줄어든 반면 5분위 가구 소득은 역대 최대폭 늘어,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하위 20%에 견줘 몇배인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47배로 벌어졌다.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감소가 꼽힌다. 1분위 가구는 고령·여성·저학력자 비중이 커서 임시·일용직이나 영세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근로소득(43만500원)과 사업소득(20만7300원)은 한해 전보다 각각 36.8%, 8.6% 감소했다. 경기 둔화로 지난해 4분기에 임시·일용직(-15만1천명)과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8만7천명)가 크게 줄었는데, 그 직격탄을 저소득층이 맞은 탓이다. 실제로 소득 1분위 가구주 가운데 무직인 비중은 55.7%로 전년 동기(43.6%)보다 12.1%포인트나 증가했다. 전체 무직가구 비중이 2017년 15.5%에서 지난해 19.3%로 3.8%포인트 증가한 것에 견줘보면 무직가구가 1분위에 집중된 셈이다. 게다가 1분위 가구당 취업인원수는 0.64명으로 한해 전(0.81명)에 견줘 21%나 줄었다.

고령화도 소득 1분위의 소득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평균나이는 63.4살로 전년 동기(61.7살)보다 1.7살 많아졌다. 1분위 가구주의 평균나이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였지만 이번 상승폭은 2017년 4분기(0.6살)보다 훨씬 크다. 2016년과 2017년 37%였던 70대 가구주 비중이 42%로 치솟은 영향이다. 1분위에 고령가구 비중이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빈곤가구가 많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2017년 기준)은 42.2%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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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실직으로 소득 1분위가 노동시장에서 내쫓기면서 시장소득의 불균형은 극심해졌다. 가구원 수를 1인으로 맞춘 ‘균등화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2017년 4분기 6.54배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9.32배로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지난해 9월부터 월 20만6천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면서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떨어졌다. 재분배 효과가 3.85배포인트(9.32배-5.47배) 발생한 것이다. 이는 전년 동기(1.93배포인트)에 견줘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가구 소득의 3분의 1을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할 만큼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소득 재분배를 뒷받침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적이전소득 증가분(28.5%)이 근로소득(-19.2%)과 사업소득(-20.2%) 등 시장소득 감소분을 다 메우지 못한 탓에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82만3400원)은 한해 전에 견줘 8.1% 감소했다.

6살 미만 자녀를 둔 90% 가구에 1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자녀를 키우는 가구가 주로 포진한 2~4분위 가구의 소득을 끌어올렸고, 특히 3분위에서 소득 증가 효과가 뚜렷했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그러나 고령층이 많은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5분위의 공적이전소득도 한해 전에 견줘 52.7%나 증가했는데, 이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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