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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녹색세상]공상과학과 수소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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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노벨상을 꼭 타겠노라며 과학자가 되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현실은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기에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가지만, 그래도 과학자들이 얘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첨단기술은 마치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대단한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하며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물만 넣으면 움직이는 자동차도 우리를 현혹하는 흔한 미래과학 중 하나였고 그것이 지금 수소전기차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과학혁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둔갑되어 막대한 세금을 허비하기 시작했다. 과학으로 포장한 허상에 사회가 이렇게 조용한 것이 참으로 놀라운 미스터리다. 친환경으로 포장한 4대강이 그랬듯 이미 돌이 굴러갔으니 아마 끝장을 볼 때까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눈먼 세금으로 하는 일이니 이 일을 진행하는 관료가 나중에 문책을 당할 일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 거대한 돌을 굴리기 전에 과연 어디까지 고민한 것일까? 수소과학이라는 허상이 가지는 친환경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경향신문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은 물(H2O)에서 산소를 떼어내 얻은 수소를 다시 산소와 결합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할 때 현실이 된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수소가 결합될 때 전기가 생성된다면 분리시킬 때는 전기를 소비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하다. 그런데 전기로 고생해서 물을 분해하고(수전해) 분해한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들어 자동차를 움직인다? 지금까지의 굳건한 과학이론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깨고, 분리를 위한 전기보다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 전기의 양이 더 많아지는 새로운 법칙이 생긴 걸까? 만약 그렇다면 수소전기차는 한 번 물을 넣어주면 다시는 연료주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만들고, 역으로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면서 만든 전기로 차도 움직이고, 남는 전기로 다시 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무한반복할 수 있기에 그렇다.

당연히 말이 안된다. 그래서 수소생산 방식은 친환경적인 수전해가 아니라 화석연료의 주성분인 메탄(CH4)에서 탄소를 분리시켜 얻는다. 방법도 쉽고 수전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메탄 생산과정에서 발생한다. 땅속에서 가스를 추출할 때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강력한 온난화물질인 메탄이 대기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반환경적 방법을 쓰는데도 아직까지 매우 비싸다. 동일하게 세금을 낸다면 먼 미래에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도 수소의 단가는 휘발유보다 싸지기 어려우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면서도 다른 친환경에너지보다 저렴하지도 않은 데다, 비싸고 복잡한 기계장치를 추가해야만 하는 것이 수소차의 본질이다. 여기에 정부가 제조기업에 차량 한 대당 최대 4000만원을 세금으로 안겨준다. 이 돈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로 만든 전기차 구매와 이 차가 평생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햇빛발전소를 지을 거금이다. 폭염시대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값비싼 자동차를 지원하는 것이 옳을까, 같은 돈으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지원하는 것이 옳을까? 수소자동차에 지원할 세금을 헬조선에 지친 청년들이 쇠퇴한 지역사회로 돌아가 마을을 활성화할 진취적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무료로 전기차를 지원해주는 정책은 어떨까?

탈원전과 탈화석, 친환경을 앞세운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과연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역사는 되풀이된다. 공론화 없는 수소사회로의 급진적 방향전환은 마치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보는 듯하다. 당시 전문가들이 했던 말 중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이 허탈한 궤변이 현재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수소는 궁극의 친환경에너지’와 무엇이 다를까?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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