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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창완의 문화로 내일만들기]진영논리의 전환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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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데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항상 어려움으로 등장하는 것이 과정상의 진영논리이다. 모든 관점의 요구를 수용하는 소통의 과정이 전제되면 합의가 어렵거나 늦어지고, 정책의 주요 목적과 방향이 모호해지며 결국 과거의 정책과 지나간 아이디어들의 합의로 귀결되기 쉽다. 그래서 변화하는 미래지향적 전망과 아이디어의 제시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비판적 논쟁이 효율적인 전진을 늦추는 상황까지 만들기도 한다.

경향신문

대부분의 경우 5개년을 기준으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문화산업계의 분야별 정책 로드맵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1년 단위로 진화하고 급변하는 인력, 기술, 유통, 소비의 상황적 변수가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이제는 중장기 정책안이 수립되더라도 매년 그 계획에 대한 조정과 평가,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의 극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면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자문위원단과 산하기관의 이사 및 위원들, 그리고 심지어는 관료시스템에도 인적 변화가 감지된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도 늘 전문성과 공정성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학자그룹과 현장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의 실력이 항상 반영될 수 있는 열린 인력평가와 수급 메커니즘이 상설화되어야 한다. 젊은 문화인들이 비전과 실력을 전제로 현장에서 열심히 기획과 창작에 전념하다 그러한 경험을 진영논리와 관계없이 공정하게 자문하고 제안할 수 있는 상식이 이제는 통해야 할 때이며, 지금이야말로 그렇게 바뀔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다.

문화정책은 경험과 감각만으로 제안하고 자문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통계를 전제로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와 연결시키는 공적지원의 책임 있는 감정사 역할임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 문화인들이 실력과 비전보다 정치와 진영논리의 선명성에 줄서게 되고, 이러한 정책 과정의 딜레마는 때때로 문화산업 현장의 혁신 속도에 반응하지 못하는 뒷북 정책으로 평가받게 된다. 차세대 한류의 진화 속도와 방향은 정책의 틀 안에서 제시할 수 있는 비전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문화산업을 기획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으로 내닫는 현장전문가들의 열정에 혹시라도 지원이라는 명목의 규제와 국가정책이라는 형식적 굴레가 자승자박이 되지 않도록 진영논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문화정책의 대전환과 통합된 퀀텀점프(Quantum jump)를 기대한다.

캐나다 밴쿠버 출장 중에 우연히 현지 멀티플렉스에서 국내와 동시 개봉된 <극한직업>을 발견했다. 한국 영화를 실시간으로 외국 현지에서 개봉하는 사례도 쉽지 않고, 국내에서도 보았던 영화였지만, 현장의 평가가 궁금해 다시 예매했다. 영어명 <Extreme Job>으로 개봉한 영화는 저녁 7시 상영표가 매진이었고, 다음날 오후 4시에 볼 수 있었다. 유학생들과 이민 온 현지인들로 객석은 가득 찼고,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시 보아도 재미있는 코미디영화지만 1000만 관객용 영화는 아니라는 평가와 이렇게 웃긴데 2000만도 가겠다는 다양한 평가가 캐나다에서도 들린다. 지금의 문화산업 현장은 이렇듯 다이내믹하다. 아마도 지금의 분위기라면 <명량>의 기록도 넘볼 만하다는 평가까지 언론의 호평 일색이다. 마지막 몸을 던지는 액션 장면에서 들리는 대사,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

영화는 현실의 재현이다. 그것이 포인트라는 걸 매번 놓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매번 맞추지 못하고 흥행 성과에 기대는 유사장르와 소재의 지속화 프로젝트가 함정이다. 지지난 대선 이후 <명량>과 <레미제라블> <국제시장>의 흥행 성과가 그랬고, 지난 대선 전후 <변호인> <베테랑> <내부자들> <택시운전사>가 그랬다. 결국 그 현장과 시점의 대중은 무얼 가장 목마르게 느끼고 있는가, 현장의 목소리에는 진영논리가 없다. 열린 생각으로 대중의 호흡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전문가들의 감각에 관객은 호응한다. <조폭마누라>와 <두사부일체>도 그랬고, <가문의 영광>과 <달마야 놀자>도 그랬다. 코미디물이 다시 흥행을 하면 진영논리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 만화애니메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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