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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육체노동 정년연장 파급 효과는] 고용·연금·보험 등 연쇄 파급 효과···경제·사회 틀 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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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보험사, 車사고 보상금 年1,250억원 더 부담해야

②법정정년 연장- 청년고용 악화 등 부작용 불보듯

③연금제도 변화- 수급연령 늦어지면 반발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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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1일 육체노동자의 정년인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여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보험 및 연금제도와 정년규정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대법원은 당초 이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노동 가동연령의 상향 여부는 일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보험제도와 연금제도의 운용에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이 30년 만에 육체노동자 정년 관련 판례를 변경함에 따라 당장 보험 업계는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이번 판결의 취지에 따라 법정 정년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①보험금 지급액 연간 1,250억원 추가 부담···보험사 비명=육체노동자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되면서 보험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자동차보험과 같은 손해보험 상품은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65세에 맞춰 가입자들에게 추가 보험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손보 업계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지난 1996년 표준약관을 마련해 이를 보험금 산정 기준으로 준용해왔다.

당장 자동차 사고에 따라 가입자가 사망이나 후유장애 등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할 경우 손해보상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35세의 일용근로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에는 60세까지 25년 동안의 노동력 상실분을 금전으로 지급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65세까지 30년분을 보상해야 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2억7,700만원이었던 보상금이 정년 변경 이후에는 3억200만원으로 2,500만원 증가한다. 사고로 보험가입자가 부상을 입었을 때 휴업에 대한 수입감소액을 보전해주는 부상휴업손해금도 늘어나게 된다. 62세의 일용근로자가 부상휴업손해를 입었을 경우 현재는 보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앞으로는 부상 기간에 따라 1,45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보협회는 자동차보험의 사망과 부상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상실수익액)만도 연간 1,250억원이 더 늘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잇따라 보험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소 1.2%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②‘법정 정년 상향’ 바람 불 듯···고용부 “민간부터 차근차근”=대법원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상향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법정 정년 상향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정년 기준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이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19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에는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도록 사업주의 노력을 권고하는 내용이 삽입돼 있다. 이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지난해부터 줄어드는 등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법적 정년을 올리는 강행규정이 아닌 ‘65세 상향 권고’로 가닥을 잡은 것은 갑작스러운 정년 상향이 사회보험 부담 증가, 청년고용 감소 등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60세 정년 기준은 하한 기준일 뿐 개별 사업장이 정년을 그 이상으로 정할 수 있다. 고용부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독려한 뒤 법정 정년을 수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55세였던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시점은 1989년 12월이지만 고용자고용법에 ‘60세 정년’ 내용이 담겨 시행된 것은 2016년”이라며 “정년 연장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을 고려한 결과로 이번 판결 이후에도 여론 수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61세인 평균 정년 나이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상향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이나 교육 등으로 자율적 합의에 따른 연장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③소득절벽 좁히지만 연금수령 늦춰질 수도=이번 대법원 판결로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각종 연금제도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동연한 상향이 정년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일단 ‘소득 크레바스(절벽)’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소득 크레바스는 은퇴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말한다. 기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과 법적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은 만 65세(2033년 이후)부터 받을 수 있다. 5년 동안 소득 없이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년을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판결에 따라 정년 연장이 현실화하면 은퇴 후 바로 연금을 포함한 각종 노인복지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연금 수령 나이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늦추기 위해 미래 수급연령을 상향할 수 있다. 앞서 많은 연금 선진국들이 보험료 인상 처방 전에 택한 길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제4차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는 미래 연금 수급연령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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