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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박목사님"..'사바하'에서 본 이정재의 껄렁함[Oh!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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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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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굳이 변신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에서 박목사를 연기한 배우 이정재의 얼굴이 새롭고 또 새롭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장르의 작품에서 보여준 ‘엄근진’(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의 얼굴을 깨고 선비 같기도, 사기꾼 같기도 한 다층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의 젠틀하고 매끈한 얼굴에서 껄렁함을 느낀 것을 사실.

이정재의 캐릭터 소화력은 화려하다. 수양대군부터 임시정부 대원, 대립군, 염라대왕까지 ‘잘생김’이 묻은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카리스마 넘쳤다. 그랬던 그의 얼굴이 ‘사바하’에서 한층 편안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장재현 감독이 박목사 캐릭터를 놓고 얼마나 이정재를 연구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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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가 정치극이나 수사물이 난무하는 현 영화판에서 사이비 종교를 다룬 오컬트 스릴러 장르를 선택한 것을 보면, 본인 역시 배우로서 새로움을 갈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바하’ 속 박목사는 사이비 종교 사슴동산의 폐단을 파헤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 하지만 그 역시 속물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외제차를 타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신의 존재와 능력을 의심하며 반항하는 모습도 표현했다. 조금은 얄미운 종교인이랄까.

생존과 효율을 따지며 움직인다는 점에서 ‘암살’(감독 최동훈, 2015) 속 염석진과 비슷하나 어떻게 보면 좀 더 솔직하고 절실한 인물이다. 사슴동산의 비리를 파헤치며 만난 정비공 나한(박정민 분), 쌍둥이 그것과 금화(이재인 분)를 힘없이 바라만 보는 관찰자로서 처절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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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사의 안경은 욕망과 본심을 숨긴 캐릭터의 가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재는 캐릭터의 외양을 도구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박목사의 전사(前史)를 말로 하지 않고 짐작할 만한 정보로, 그리고 약간의 과장 섞인 농담과 말투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고민한 흔적이 이정재표 박목사의 껄렁한 얼굴로 스크린에 구현됐다. 이정재가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갈망과 철두철미한 준비성으로 ‘사바하’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1993년 데뷔했지만 여전히 성실한 배우라고 칭찬할 만하다.

관객들이 ‘사바하’를 보면 이 배우가 얼마나 대사톤과 표정 연기에 변신을 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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