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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3.1운동 100년 기념, 시청 앞 대규모 줄다리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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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희완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 예술감독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 운동의 불씨를 지폈던 3.1 운동이 오는 1일 10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로 이날 오후 12시부터 '3.1운동 100주년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이어 오후 3시부터는 '한겨레 큰줄당기기'와 '생명평화제전 열두 마당'이 열린다.

한겨레 큰줄당기기의 원형은 영산 줄다리기(국가무형문화재 제26호)다.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즈음해 연 줄다리기가 전승되어왔다. 이 행사가 3.1운동을 기념하는 민속 문화재로 이어졌다. 영산 줄다리기는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민족평화신명천지축전 추진본부에 따르면 한겨레 큰줄당기기는 영산 줄다리기를 전국 규모로 광역화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두 행사는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다.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 추진본부는 민족미학연구소, 영산줄다리기보존회, 한국민족춤협회, 한국민족극운동협회 등 14개 단체가 조직을 주관하고 19개 단체가 참가연행한 대규모 조직이다. 이 행사의 총예술감독은 채희완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명예교수다. 1970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채 교수는 곧바로 탈춤반을 만들어 한국 탈춤과 마당극의 민중운동화, 현대화의 주축이 되었다.

19일 채 교수에게 3.1운동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왜 줄당기기를 선택했는지를 물었다. 이날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도 확인했다. 3.1운동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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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서 3.1운동 기념해 줄다리기 해왔다"

프레시안 : 3.1운동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한겨레 큰줄당기기가 열린다. 왜 줄당기기인가?

채희완 : 지금은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본래 우리 전통 사회에서는 정월대보름 행사로 줄당기기를 했다. 기실 한국뿐만 아니라, 농경 문화 곳곳에서 줄당기기와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농경의례였다.

이를 영산에서 3.1운동 기념일을 맞아 전통 행사로 이어왔다. 영산 지역에서 정월대보름 놀이인 줄당기기를 3.1운동 기념 축전으로 만든 이유가 있다. 창녕군 일대가 경남 지역에서 3.1운동에 가장 먼저 나선 지역이라는 지역 자부심이 주민 사이에 강했다. 이를 민속 행사와 결부해 기념한 것이다.

이번에는 이 행사를 전국 규모로 확대하고자 줄당기기를 택했다. 3.1운동 100주년이 우리 겨레에 주는 의미는 크잖나. 겨레의 큰 명절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의미가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0년간 우리 민중사에 일어난 여러 일을 돌아보면서 그간 풀지 못한 한은 씻어내고, 새로운 남북 관계의 전기를 기대하자는 희망을 이번 축전에 담고자 했다.

프레시안 : 한겨레 큰줄당기기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채희완 : 2월 26일 영산에서 가닥줄이 청계광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사전 행사는 시작된다.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로 큰 줄 말기(큰 줄 만들기)가 진행된다. 지름이 50㎝, 길이는 70m에 이르는 큰 줄을 만들게 된다.

27일부터는 큰 줄 말기에 이어 동,서부 각 100명의 줄꾼이 4개조의 풍물패와 함께 하는 몸 줄 만들기가 진행된다. 이로써 줄의 본체가 용의 형체로 완성된다.

28일에는 머릿줄을 완성한다. 한편 식전 행사로 아이들이 참여하는 줄당기기인 골목 줄당기기 행사도 열린다. 이 사흘(26~28일)간 본 행사의 하나인 생명평화제전 열두 마당이 매일 열린다.

3월 1일 당일에는 오후 세시부터 본 행사가 열린다. 한 편에 300~400명가량 이르는 사람들이 줄을 어깨에 지고 목도 메기 소리(큰 나무를 어깨에 메고 운반하는 사람들이 부른 노동요)를 하며 세종대로로 나가기 시작한다. 한편은 무교동 일대로 행진하고, 다른 한 편은 소공동 일대로 나간다. 프레스센터를 중심으로 양편이 줄을 놓는다.

큰줄은 둘레가 너무 굵어 사람이 잡을 수 없다. 큰줄을 놓은 후에는 곁줄 만들기 행사가 진행된다. 약 100여개의 곁줄을 만드는 데 한 시간가량이 소요되는데, 그간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마당극과 춤 무대가 열린다.

양편이 잡을 줄은 민족통일줄(붉은색)과 생명평화줄(푸른색)로 나뉜다. 이 줄을 양편 각 2500여 명의 시민이 잡고, 이들을 지휘하고 축원하는 지휘자, 소리꾼 등 500여 명이 각 줄에 함께 한다. 약 6000여 명의 시민이 함께 하는 본 행사가 이로써 완성된다.

프레시안 : 줄당기기가 과거에도 흔했나?

채희완 : 민족 행사로서 줄당기기는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계속됐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 이화여대 대학 축전 당시 이 행사가 열렸다. 1980년대 대학가의 대학 축전 때도 대동제 시기에 대학줄 행사가 성행했다. 과거 대학가에서는 줄당기기 자체를 하나의 시위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응집력 있는 행사였다.

나랏굿에 해당하는 줄당기기는 대학가 바깥에서도 있었다. 과거 동학농민운동 100주년 행사, 통일 장신굿 행사 때 줄당기기가 있었다.

프레시안 : 시민 6000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라고 했는데, 누구나 참여 가능한가?

채희완 : 남녀노소 누구나 다 참여 가능하다.

프레시안 : 소액을 기부하는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 추진위원을 모집 중이다.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하나?

채희완 : 아무래도 처음 열리는 민간 행사라 어려움이 조금 있다. 이에 줄꾼(줄다리기 참여자)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 중 뜻 있는 분의 자발적 기부를 받고 있다. 3만 원 이상 기부자 역시 줄꾼으로 참여하게 된다. 추진위원은 기념품으로 한겨레 큰줄당기기 청,홍 머리띠 묶음을 받고, 3.1 100주년 기념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 추진위원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하단 상자기사 참고)

프레시안 : 줄당기기를 하면 결국 승패가 갈리기 마련인데, 그래도 괜찮나?

채희완 : 본래 우리 민속놀이는 편싸움이다. 싸움을 통한 화합이자, 이를 통해 한 해의 풍년을 점치자는 게 민속놀이의 정신이다. 이번 줄당기기는 경쟁을 통해 상생과 화합의 미래를 열자를 의미를 갖고 있다. 처음 이 행사를 논의할 때 남북 관계가 잘 풀리면 앞으로 이 행사를 평양에서도 열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프레시안

▲ 영산 줄다리기는 창녕군 영산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프레시안(이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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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촛불혁명 의미 되새기는 계기 되길"

프레시안 :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에서 줄당기기와 함께 생명평화제전 열두 마당도 열린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채희완 : 생명평화제전 열두 마당은 상고대 제천의식과 연등회, 팔관회의 흐름을 잇고 각 지역 고을굿에 내재된 민중 삶을 오늘 이 땅의 상황에 그려내자는 의의로 기획됐다.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청계 광장에서 열두 마당에 걸친 공연이 열린다. 3.1운동부터 2017년의 촛불 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중사에 남은 굵직한 사건을 굿과 전통 춤, 시 낭송 등으로 재현한다.

전국 30여 개의 놀이패 극단이 모인 민족극운동협회라는 단체가 있다. 1988년 출범한 단체인데, 이들이 그간 민중사를 재현한 마당극을 해 왔다. 이들의 마당극에 더해 3년 전 발족한 한국민족춤협회의 작품이 그려진다.

이들 마당극은 모두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지역의 특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평소 각 지역에서 열린 행사 중 3.1운동 100주년 정신에 걸맞은 공연물을 이번에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레시안 :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대규모 축제에서 우리는 어떤 정신을 되새겨야 할까?

채희완 : 동학농민운동 당시부터 민중이 요구한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따라서 이번 3.1운동 100주년은 역사맞이굿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3.1 독립선언서, 2.28 선언서 등을 우리 사회가 재조명하는데, 선언서를 보면 당시 젊은 학생, 지식인들이 단순히 우리의 독립만을 바라지 않았다. 아시아 평화를 바랐음이 재조명된다. 남북통일도 단순히 한반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시아 평화로 가는 길이다. 남북통일이 아시아 공동체 구축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 사는 한민족이 3.1운동 100주년을 여러 아시아 사람들과 함께 기념하길 바란다.

한편 우리 내적으로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새 정부가 촛불 정신을 받들어 그간 민중이 바란 바가 우리 삶의 양식에서 일상화하게끔 수행할 의무가 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행사가 촛불혁명이 지향한 바가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프레시안 :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학생 시절에는 입학과 함께 탈춤반을 만들어 민족 문화 부흥을 위해 노력했다. 교수로서도 민족 미학을 연구했다. 채 교수의 노력으로 인해 1970~80년대 대학가에 전통 예술 형식의 저항 문화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이 같은 문화는 크게 퇴보했다. 젊은층에게는 단절됐다. 오늘의 전통 문화 위기 현실을 어떻게 보나?

채희완 : 과거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물론 당시는 문화가 정치 투쟁의 도구가 되는 게 바람직하냐는 우려가 컸고, 지금은 전통 문화가 소멸 직전이라는 위기감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금의 위기 국면을 보자면, 그간 민중 문화 운동을 이끌어온 사람들과 순수 예술에 집착한 사람들 모두가 반성할 국면이 있다고 본다. 시대가 변화해도 흔들리지 않을 전통문화계의 중심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가 닥치자 모두가 와해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보이는 적(독재정권)이 있었기에 예술가들도 활화산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적(자본)에 대한 인식이 흐려졌다. 이는 비단 전통문화계만의 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대학의 와해도 같은 상황이다. 이건 단순히 예술인의 문제, 젊은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문제다. 개탄스러울 뿐이다.

프레시안 : 이 같은 공연의 정기화가 필요해 보인다.

채희완 : 민중 삶의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의 변화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 보전도 필요하다. 문화가 단순히 보조적인 도구가 아니다.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절대적 가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구 선생이 지향한 나라는 잘 사는 나라이기도 했지만, 문화를 개개인이 마음껏 향유하는 나라이기도 했다. 단순히 배부른 나라가 아니라 신나는 나라였다.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 추진기금 입금 계좌

농협 356-0459-211323(예금주 김지영)신한 110-202-221183 (예금주 김지영)담당자 김지영(추진본부 재무 담당) 010-7552-7714

3만 원 이상 입금하고 추진본부 담당자에게 입금자명, 추진위원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남긴 사람은 축전 추진위원으로 등록되며, 3월 1일 한겨레 큰줄당기기 행사에 줄꾼으로 참여하게 된다. 추진위원에게는 기념품이 증정되며, 추진위원으로서 이름이 기록된다.

기자 :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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