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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국당 전당대회는 기·승·전···‘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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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러내고 있다. 출당 된 지 약 2년3개월, 영어의 몸이 된 지는 만 2년이 되어가지만 박근혜는 여전히 한국당 안에서 산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박근혜 그림자’ 아래서 치러진다. 한국당 전당대회는 기·승·전…‘박근혜’란 말도 나온다.

지난 20일 한국당 전당대회 4차 당 대표 토론회는 ‘박근혜’가 키워드였다. 토론회를 지배하는 질문은 ‘박근혜를 사면해야 되느냐’ ‘박근혜 탄핵이 정당한가’였다.

후보들은 박근혜를 기준점에 놓고 선명성 강조에 활용했다. 황교안·오세훈 후보가 각각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찬성’ 의사를 드러내자 김진태 후보는 좀 더 뚜렷한 ‘친박’ 색을 보이기 위해 더 나아갔다. “사면이라는 것은 법정요건은 아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기가 쉽다”며 “사면보다 무죄 석방이 먼저”라는 의견을 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여전히 당 대표 후보들에겐 갑론을박 대상이다. 황교안 후보는 지난 19일 토론회에선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이 타당한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20일 토론회에서 김 후보와 오 후보는 이 문제로 황 후보를 압박했다. 두 후보의 압박에 황 후보는 “헌재(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입장을 살짝 바꿨다. 결국엔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란 질문에 “(OX답변 방식이) 적절한가,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고 해서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태극기 세력’을 버리지도 완전히 안고 갈 수도 없는, 박근혜를 버리지도 않고 갈 수도 없는 황 후보의 입장을 보여준다.



경향신문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오세훈(왼쪽부터), 황교안, 김진태 후보가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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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후보들의 출마 선언문에도 등장한다. 7일 오 후보의 출마선언문은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합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난파된 당을 두 번이나 구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출마선언문 내에 가장 많은 이름이 등장한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황교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회 거절 논란 등 ‘배박’ 구설수에 올랐다.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도 박근혜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2·27 전당대회’는 미래가 아닌 과거로 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 중진 의원은 “누가 당선되어도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체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도 한국당엔 구심점이 없다”고 한탄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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