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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얼룩말에게 줄무늬가 있는 건 파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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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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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용 말(a~c)과 얼룩말 (d~f) 주변의 말파리 비행 경로. 붉은 선은 파리의 궤적이며, 검은 점들은 0.1초 간격으로 포착된 위치를 보여준다. 파란 별무늬는 말등에 닿거나 앉은 지점이다.

플로스 원 저널(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10831)


얼룩말 무늬의 신비가 풀릴까. 얼룩말의 줄무늬가 말파리와 같은 흡혈곤충의 눈을 혼란시켜 벌레에 물리는 확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된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말 9마리와 얼룩말 3마리를 대상으로 피부색에 따라 말파리들의 행동이 달라지는지 16시간 동안 비교 관찰하는 실험을 기반으로 한다. 얼룩말의 무늬가 벌레를 방해한다는 선행연구는 있었으나, 이번 실험에서는 벌레가 근거리에서 줄무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말과 얼룩말의 체취가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말 7마리의 몸통에 차례로 흰 천과 검은 천, 얼룩 무늬의 덮개를 씌웠다. 그리고 말의 몸통에 씌운 덮개에 따라 말파리들이 행동에 차이가 있는지를 관찰한 결과, 얼룩무늬 덮개를 씌운 경우가 흰색과 검정 덮개를 씌운 경우에 비해 말파리가 달라붙는 횟수가 현저하게 적었다. 반면, 덮개를 쓰지 않은 머리 쪽에 앉는 말파리의 숫자에는 차이가 없었다.

논문 공저자인 마틴 하우 박사는 “말파리들이 얼룩말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얼룩말에 제대로 앉지 못하고 부딪히는 모습이 종종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실험의 관찰 동영상에서 말파리들은 일반적인 말 등에는 쉽게 안착했으나, 얼룩말에게 날아올 때는 속도를 줄이는 데에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연구팀은 “말파리의 눈은 해상도가 낮아 멀리서는 얼룩말의 줄무늬가 회색으로 보일 것이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갑자기 무늬가 나타나 놀라서 방향을 바꾸거나, 말이 움직이는 속도를 착각하게 돼 ‘착륙’에 지장을 받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하우 박사는 “진화론적으로 말하자면, 얼룩말은 말파리가 위험한 질병을 옮기는 지역에서 번식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거쳤지만, 인간이 사육하는 말은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결과다”라고 말했다. 얼룩말의 무늬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줄무늬가 위장술이나 체온 조절이나 일종의 사회적 역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하우 박사는 “사자들은 얼룩 무늬로 착시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관찰이 아프리카가 아닌 영국에서 진행됐고, 실험 동영상에서 파리의 궤적을 더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점, 말의 몸통에 씌운 덮개들이 서로 다른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점 등이 이번 실험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야외활동을 많이 즐기는 사람들은 줄무늬 옷이나 바디페인팅으로 벌레들을 쫓을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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