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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탈리아 정부 “잠적한 북한외교관 10대 딸, 작년 11월 본국 귀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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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현지에서 부인과 함께 돌연 잠적한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같은 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주 트레비소 인근의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부터 발렌티노 페린 이탈리아 상원의원, 조 대사대리, 브루노네 데 포폴(파라 디 솔리고 교구 사제) 신부, 신원 미상의 북측 외교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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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귀임을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미성년 고교생 딸(17)이 그 무렵 북한에 송환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북한 측이 작년 12월 5일 통지문을 보내와 조성길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11월 10일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성명에 대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부모의 잠적 이후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 북송됐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나온 확인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앞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북한 대사관 측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평양으로 송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 측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조부모와 함께 있고자 북한에 되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고, 대사관 여성 직원들과 동행해 북한에 돌아갔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이 통지문에 앞서 북한이 지난해 11월 20일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의 대사대리가 김천으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통보한 사실도 공개했다.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 관련 북한의 공식 통지는 이 두 건이라면서 “추가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한 귀국이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강제 송환인지는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다만 정치권과 인권 단체에선 ‘강제성’이 있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차관은 “관련 내용(북한 정보기관에 의한 강제 송환)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전례 없는 엄중한 일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권 오성운동의 마링 에데라 스파도니 의원도 “북한 정보기관이 조성길 전 대사대리 딸을 납치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한 송환 관련 보도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일을 명명백백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강제 북송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탈리아 정가에서 북한 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꼽히는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조성길 부부가 미성년 딸을 혼자 두고 자취를 감췄고, 새로 부임한 대사대리가 그의 딸을 평양에 돌려보내기로 상식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이번 일은 납치나 강제송환이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평양에서 조부모와 잘 지내고 있다고도 그는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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