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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문 대통령 “남북경협 떠맡을 각오”… 北 비핵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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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두르지 않겠다” / 비핵화 때까지 제재 유지돼야 / 우리가 北 자금줄 돼선 안 돼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북한의 경제적 지원 요구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협상카드로 남북경협을 제시함과 동시에 경협에 대한 제재 면제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도 대북제재 해제 여론 조성에 뛰어들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그제 ‘남북 경제공동특구와 평화관광,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회장은 “대북제재 면제의 논리를 우리가 제시하고 또 이를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류종열 흥사단 이사장은 “유엔과 미국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토록 압박하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북한이 어디까지 양보할지도 모르면서 우리 쪽에서만 선물 보따리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긴급한 (비핵화)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기자들 앞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하면서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우리는 제재에 관해 분명히 해왔다”면서 “이것은 세계의 제재이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최종적인 의제협상에 착수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어제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하노이로 출발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마지막 실무협상이다. 협상을 지켜보는 우리는 제3자일 수가 없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여야 한다. 비핵화 요구는 오간 데 없이 대북 지원카드만 꺼내들면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없다. 핵동결에서 머무는 ‘스몰딜’을 ‘빅딜’로 만들기 위해 경협 카드를 꺼냈다는 설명이 나오지만 제재 완화를 먼저 언급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 ‘핵동결-경제적 보상’선에서 합의될 경우 코가 꿰여 대북 경제지원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른다.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 핵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로 전락하는 상황에 직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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