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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충남 “일제 잔재 청산” 일본인 교장 사진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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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교육감 “새 학교문화 운동” / 친일파 작곡·작사 교가 31개 달해 / 의견 수렴 통해 교체 등 권고 방침

충남도교육청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학교 안에 남아있는 일본인 교장 사진을 모두 떼어내는 등 일제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기로 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20일 충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도내 713개 초·중·고교를 전수조사한 결과 29개 학교에서 일제의 잔재가 확인됐다고 공개했다. 확인된 일제 잔재는 일본인 학교장 사진이나 일장기, 칼을 찬 일본인 교사의 사진을 중앙 현관·계단 벽면·복도 등에 게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세계일보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 전수조사결과를 공개하고 있다.충남도교육청 제공


친일경력자가 교가를 작사하거나 작곡한 학교도 각각 31개교에 달했다. 이들 학교는 친일파 작곡가인 김동진·김성태·이흥렬·현제명이 작곡에 참여하거나 김성태·이원수 등 친일 작가가 가사를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생활규정에도 항일 운동을 탄압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광주학생운동 당시 156개 중·고교가 일제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선택했던 항거 방식인 백지동맹(전교생 시험거부), 동맹휴학(식민실업교육 거부) 등을 학생에 대한 징계 항목으로 아직 사용하는 학교도 80여곳에 이르렀다.

이밖에 1970년대 이전 개교한 학교의 상당수가 성실, 근면, 협동 등 식민지 지배에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조했던 덕목을 교훈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교육청은 다음 달 초 개학 이전에 학교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철거한 뒤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일제 강점기 교장도 학교의 역사라는 주장도 있지만 교내에 사진을 게시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표상이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만큼 일본인 교장을 표상으로 할 수는 없다”며 일본인 교장 사진 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가 가사에 담긴 식민 잔재를 연상시키는 부적절한 내용도 고치고,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교가의 교체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학생 생활규정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독재 정권의 잔재인 ‘반국가적’, ‘불온’, ‘이적 행위’ 등의 표현도 고치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 상징이나 교표도 한자나 영어를 쓰는 곳이 많은데 한글을 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교훈 역시 학생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교훈을 제정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오는 26일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서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과 새로운 학교문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예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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