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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서민의 내 인생의 책]④거의 모든 것의 역사 - 빌 브라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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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숨겨진 역사

경향신문

뭔가를 안다는 것은 거기에 대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기생충이 인간에게 그렇게까지 해가 없다는 것을 알면 몸에 기생충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들 중에는 외계인이 침략할까 두려워하는 이가 있다. 그 수가 한둘이 아니다 보니, 그런 내용을 담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시라. 외계인의 가능성이 아주 없다면, 누가 외계인 영화를 보러 가겠는가? <코스모스>를 읽지 않은 사람들도 ‘생명체가 사는 별이 지구 하나라면 우주가 너무 아깝다’는 칼 세이건의 말을 알고 있다는 것 역시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 된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외계인이 한번쯤 나타나서 내가 누리는 평화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그 불안감을 없애줬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고등 문명의 수는 몇 백만 정도란다. 아니, 몇 백만이나 된다니, 그럼 그중 한 문명이 지구를 침략할 수 있잖아? 저자의 다음 말을 들어보라. “불행하게도 우주의 공간이 너무 커서, 그 문명들 사이의 평균 거리는 적어도 200광년이나 된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이라 해도 광속에 미치지 못한다. 설령 그들이 광속 우주선을 만든다 해도, 지구까지 오는 데 200년이 걸린다. 자, 당신이라면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200년을 달려오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가치는 충분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과학의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되는 기쁨이 쏠쏠하고, 의미로 가득 찬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이 전신을 휘감으니까. 그래도 망설이는 분께 이렇게 말하련다. “과학의 역사를 모르면 과학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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