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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육아전쟁` 중인 직장맘들 여가부·고용부 장관 만나 털어놓은 고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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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자는 뽑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에요."

"육아휴직 중에 너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채용할거야. 어떻게 할래?"

정부가 여성의 출산 후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직장맘들은 여전히 회사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고 있다. 특히 정책의 혜택이 돌아가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맘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육아에 전념할지 아니면 회사에 계속 다녀야할지'의 고민으로 직장맘은 위태롭기만 하다.

이러한 직장맘들의 고충을 보다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자리를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돌봄·사회안전망·차별없는 일자리' 등을 키워드로 내세운 포용국가 추진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서울특별시와 함께 마련한 중소기업 직장맘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간담회에서다.

2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상상캔버스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직장맘 10명을 만났다.

이날 직장맘들은 육아전쟁을 벌이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에서부터 직장에서 겪는 부당한 대우, 임신 후 경력단절, 아이돌봄의 고충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출산 및 육아휴직을 15개월 사용한 후 회사에 복귀했다는 직장맘 A씨는 "회사가 먼거리로 이사를 앞두고 유연근무제 신청을 고려하게 됐다"며 "하지만 팀원들부터 유연근무제는 대기업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해 현재 회사를 관둬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4살과 7살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B씨는 "아이들이 잠든 후에야 퇴근을 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은 엄마 얼굴을, 엄마인 저는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며 "때문에 유연근무제 사용이 너무 필요한데, 유연근무제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회사 분위기가 어떨지 두렵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의 활용이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9%인 중소기업 여성근로자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의 비중이 78.2%에 달한다. 대기업(54.8%), 공공기관(26.9%)근로자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여성의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부터 3년간 총 116조7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2016년 20.5%였던 15~54세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지난해에도 같았다.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 등 저출산 해소를 위해 투입한 예산 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입학기 자녀 돌봄으로 인해 2차 경력단절 등의 어려움에 처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C씨는 "9시에 등교를 하고 12시30분이면 끝나는 초등학교에서 그 이후 시간은 정말 분단위로 스케쥴을 짜서 남편과 제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며 "운좋게도 방과 후 돌봄 교실에 당첨이 됐지만 추첨 결과 발표 후 절망하는 부모들을 봤고, 돌봄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출근하기 앞서 등교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데 이러한 디테일은 부족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또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했으나 사무직에서 계산원으로 직군이 변경되거나 둘째 아이의 임신 사실을 알린 후 회사 분위기상 직장을 관둘 수밖에 없다는 경력단절 사례도 나왔다.

D씨는 "자녀 출산 후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저는 남편과 결국 '가난하게 살기로 결심했다'"며 "자녀 양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 생활을 포기했지만 언제든 재취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희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전체 기업의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맘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저출산 해결의 중요한 열쇠"라며 "오늘 간담회에서 들은 고충 하나하나를 허투루 듣지 않고 중소기업 근로자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각종 대책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역시 "직장맘들의 고충과 제안내용들은 향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뿐 아니라 일과 가정 양립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특히 취약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본격적인 직장맘들의 얘기를 듣기 전부터 가슴이 아려왔다"며 "오늘 간담회가 정부 정책에서 놓친 직장맘들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여가부에서는 앞으로 새일센터를 통해 직장맘의 경력단절 예방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직장맘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직장맘 뿐 아니라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여성들로 직장맘지원센터 지원 대상을 확대해 일가족 양립의 사회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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