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사실로 드러난 고용세습 … 취준생 “일자리 뺏는 약탈 행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권익위 채용비리 182건 적발, 36건 수사 의뢰

친인척 비리 16건, 무자격 합격자 등 수법 다양

네티즌 “유빽유직 무빽무직” “빙산의 일각” 성토

임직원 친인척 채용 인원 홈페이지에 의무 공개

계약직 뽑아 정규직 전환, 점수 몰아주기, 친척이 면접관으로 …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친척 특혜 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전국 1205개 기관의 채용 실태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 전수 조사를 하게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 감사 중이어서 이번 조사에선 제외됐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에서 18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는데, 이 중 직원 등의 가족·친척 채용 비리는 16건이었다. 이 가운데 10건은 수사를 의뢰했고, 6건은 징계를 요구했다.

중앙일보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와 개선대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친척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우선 별다른 채용 시험 절차 없이 계약직으로 선발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가 있었다. TV홈쇼핑 업체 공영홈쇼핑은 2015년 2월 고위직의 자녀를 포함한 6명을 뽑을 때 채용 시험을 거치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 단기계약직으로 채용됐고,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서류·면접 전형에서 점수를 몰아주기도 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2015년 5월 서류전형에서 객관적인 기준 없이 임의로 평가·채점해 직원의 자녀를 커트라인에 맞게 조작했다. 이어 면접에서 1등에 올려 최종 합격 처리됐다.

응시 자격이 없는데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2014년 2월 경북대병원에선 응시자격인 의료 관련 자격증이 없는 직원의 자매·조카·자녀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해 합격시켰다. 국토정보공사는 2016년 3월 한 직원의 자녀를 자격 미달로 불합격 처리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이 직원의 자녀가 자격 미달인 사실을 알면서도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입사시켰다.

직원이 자신의 친척이 응시한 줄 알면서도 면접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선 2012년 4월 한 직원이 자신의 조카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도 면접위원으로 들어갔다.

중앙일보

권익위의 ‘고용 세습’ 비리가 전해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채용 비리를 성토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유빽유직 무빽무직’(빽이 있어야 취업한다는 의미)이다. 힘들게 공부해도 취업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만연한 부조리에 탄식이 절로 난다. 이력서 들고 전국을 뛰어야 했던 아들의 1년은 어쩌면 10년의 시간과 같았을 것이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부정 합격자 전원 파면하고, 청탁 관련자 전부 형사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회 전 분야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부정으로 직장을 거머쥔 자들을 모두 솎아내고 구속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11월 대학가에 붙은 고용세습 비판 대자보.[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공기업 채용을 준비 중인 박모(26)씨는 “채용 비리는 소위 ‘빽’ 있는 사람이 땀흘려 노력한 자의 일자리를 뺏는 약탈 행위”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이런 범죄를 이번 기회에 강력히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앞으로 유사한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 인원을 매년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 공직자에 의한 가족채용 특혜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