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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ESC] 처가에서 새해 운세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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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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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를 앞둔 지난해 어느 날, 처가에 놀러 갔다. 다음날 아침 와이프는 휴일근무 하러 출근했다. 햇살 밝은 오후, 처갓집 거실엔 나와 장모님, 그리고 3살?4살 배기 아이 둘만 남았다. 무슨 얘기를 하다 그랬는지, 대화 주제가 자연스레 새해 운세로 넘어갔다. 급기야 장모님이 종종 들어간다는 ㄱ금융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 운세를 보기로 했다.

“자네, 생시(태어난 시)가 뭐였지?” “오전 10십니다.”

성별과 생년월일, 생시를 입력하고 장모와 사위는 사위의 운세를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친절하게도 평생운세 총평이 맨 위에 떴다. 죽죽 읽어 내려가다가 한 문장에 눈이 멈췄다. ‘40대에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무심코 ‘얼마 안 남았네?’라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침묵 뒤 장모님이 먼저 운을 뗐다. “자네...” 장모님은 기민하게 상황 정리에 나섰다.

“사주는 옛날 사람들이 만든 거라, 여자를 돈이랑 동일시했다더라. 남자 사주에서 여자, 사랑 이런 건 돈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자네 40대에 돈 많이 벌게 된단 얘길 수 있어.”

나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말을 보탰다. “어머님, 이거 보세요. 제가 사주에 쇠 금(金)이 많은데, 어울리는 직업이 금속공예사랑 자동차 제조업이라고 돼 있어요. 여기 사주 좀 이상한데요.”

다음날 난 처갓집에 명리학 입문서 한 권을 택배로 부쳤다. 인간의 운명이 인터넷 운세풀이처럼 간단치 않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며칠 뒤, 와이프가 우리 집 거실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갑자기 남편을 잘 챙기라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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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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