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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투명한 지배구조로 사회적 가치 높인다….최태원 회장 이사회 의장직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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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르 호텔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법론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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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 경영진 감시 역할을 하는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경영과 감시를 분리, 투명경영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결정으로 해석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2016년부터 대표이사와 겸직해 오던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SK㈜는 다음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2014년 모든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던 최 회장은 2016년 사내이사로 복귀한 뒤 3년간 대표이사와 의장을 겸임해왔다. SK이노베이션 등 대부분 계열사에선 미등기임원을 겸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SK㈜에서만 등기임원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왔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대표이사직은 유지하며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는 최 회장과 장동현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후임 이사회 의장으로는 이번 달로 임기가 끝나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용퇴 결정이 SK가 지속적으로 화두로 삼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영 철학’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성장과 안정이 지속적이라면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구성원의 행복과 성숙도 있는 공동체를 잘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를 변화시켜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경영진을 대표하는 게 대표이사라면 이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이사회 의장인데,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주주 신뢰를 높이는 취지에서 이들을 분리 운영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이 둘을 겸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지배구조원칙(CGP)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을 모범사례로 규정하고 있으며,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둘의 분리를 의무사항으로 정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결정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과 감시를 분리함으로써 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추세이기도 하다”며 “삼성에 이어 SK까지 대기업이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진과 이사회를 분리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현재 사내이사가 맡고 있던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도 모두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체제로 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박성욱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지만 박 부회장은 앞으로 대표이사직에 전념하는 대신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의장직을 넘기게 될 전망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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