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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당, 왜 ‘2% 태극기 세력’에 휘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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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38만명 중 8000명 불과한 극우 프레임에 허우적

대세론 당권주자 황교안도 ‘탄핵 부정’하며 손 내밀어

당 지지율 하락 원인엔 “5·18 망언 징계 때문” 역분석까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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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태극기 세력이 휩쓰는 전당대회’ 프레임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전대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경선 후보 지지자들이 보인 욕설과 야유 등의 행태에 더해 ‘대세론’의 황교안 후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을 문제 삼으면서다. 탄핵을 부정하는 태극기 세력에 손을 내민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선 이들을 ‘한 줌’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제1 야당이 태극기 세력에 휘둘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한국당은 태극기 세력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당내 비판이 나오지만, 일부 후보들은 태극기 세력을 겨냥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황교안 후보는 20일 TV토론회에서 “탄핵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전날엔 “탄핵이 타당한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줄곧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을 삼가던 것에 비춰보면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

“저 딴 게 대통령이냐”고 해 논란이 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문재인은 대통령이 아니므로 현직 대통령에게 막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5·18 망언’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 후보처럼 태극기 세력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당 내부적으로는 태극기 세력의 영향력을 부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 태극기 세력’ 주장이다. 전대를 노리고 조직적으로 입당한 태극기 세력은 선거인단 38만명 중 8000명으로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날 “일부 이상한 모습”과 “충분한 자정능력”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소수가 보인 비상식적 행동과는 별개로, 후보들이 ‘탄핵 정당성’을 잇따라 비판하면서 전대를 감싸는 핵심 메시지가 태극기 세력의 정체성에 이미 근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과 같은 정서가 당 전반에 퍼져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최근 여론조사상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당내 ‘역분석’도 태극기 세력 등 극우·강경보수를 무시하지 못하는 기류를 보여준다. 이종명 의원 등 5·18 망언 당사자들을 징계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 때문에 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이 망언 파문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 한참 벗어난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여론조사(리얼미터·YTN)에서 직전 조사 대비 대구·경북과 60대 이상에서 각각 13.6%포인트와 8.4%포인트씩 크게 떨어진 점을 거론한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의 잘못된 대처를 질책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극우적 시각을 여전히 당 지지율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극우·강경보수가 실제 전대에 영향을 미친 전례도 거론되고 있다. 2017년 7월 전대에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2등으로 당선된 사례가 꼽힌다. 입당 4개월차였던 류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을 지키자”며 태극기집회에서 즐겨부르는 노래로 유세했다. 당시는 탄핵과 대선 패배 여파 속에서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이 현재(33만명)의 절반에 불과했고, 모바일투표를 처음 도입했지만 투표율이 25.2%에 그쳤다. ‘열렬한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쉬운 이 구조가 과연 이번엔 달라졌는지가 관건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투표율이 변수”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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