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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민주당,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할까…정치관례는 합의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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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국회 상임위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한 안건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 최대 330일 이내에 본회의에 자동상정되도록 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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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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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거의 한계점에 온 것 같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조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부치는 방안에 원칙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330일이 걸리는 기한 등을 고려하면 3월 7일이나 14일 두 날짜 중에 패스트트랙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선거법 개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동참 의사를 밝힌 건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손혜원·서영교 의원 논란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국회에서 수세에 몰렸다. 최근엔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 불복 논란으로 야4당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1 대 4’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5·18 폄훼발언 공방에 이어 선거제 개편에서도 ‘한국당 패싱’을 유도해 ‘4 대 1’ 구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한 민주당 의원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내부 당론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트랙을 언급한 것은 실제 처리 가능성보다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에 가깝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진보진영의 압박도 계기가 됐다.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법개혁·정치개혁·재벌개혁 등 어느 하나 이뤄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여권이 조급증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유치원법·노동법 등을 공조를 통해서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처리할 것”이라며 ‘개혁입법’을 강조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최근 여당이 개혁입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다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카드로 선거법이 포함된 패스트트랙을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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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김종철 원내대표 비서실장(왼쪽부터) 등 여야 4당이 12일 오전 공동으로 '5·18 망언' 자유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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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에서 배제된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하면서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9일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의회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패스트트랙에 부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일정을 올스톱하겠다”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켜온 바른미래당도 고민에 빠져 있다. 패스트트랙 공조로 한국당이 완전히 배제되면 오히려 국회운영에서 바른미래당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한국당의 논의 동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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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정상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5·18 망언 의원 징계’ ‘손혜원 국정조사’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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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선거법 개정은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던 관례에 비춰볼 때, 선거법 개정이 패스트트랙으로 강행처리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한 의원도 “1년 내내 한국당이 야당 무시한다면서 국회가 마비될 게 뻔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처리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관례상 표결에 부친 적도 없는 선거법 개정을 제1야당을 빼고 패스트트랙으로 하겠단 건 헌정 파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이 생기기 전에도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은 역대 단 한 번도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된 적이 없다. 상대편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가져간다는 건 정치적으로 굉장히 낮은 수”라고 말했다.

윤성민·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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