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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Beyond Plastic 필(必)환경 시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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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는 이제 모두의 문제가 됐다.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우리는 그것을 줄여야만 한다. 플라스틱 줄이기가 2019년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화두로 떠오른 것. 그게 바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환경 소비를 선택해야 하는, ‘필(必)환경’ 시대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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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과의 전쟁, 시작됐다

우리 아파트는 매주 수요일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이 말인 즉, 1주일간 집 내부에 내다 버릴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건 남편인 필자의 몫이다. 결혼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서로 간 약속한 일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퇴근 후 저녁마다 나는 한 주간 축적된 쓰레기 함을 주섬주섬 챙겨 퇴출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그럴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아이도 없는 2인 가구에서 이토록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점 때문이다.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무엇인지 점검해 보았다.

우리 집은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생수를 사다 마셨다. 찌그러트린 2ℓ 페트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과 일주일인데 이렇게 많은 페트병이 나오다니! 여기에 퇴근하면서 저녁거리로 사 들고 왔던 플라스틱 소재의 음식 포장 용기들, 모바일 클릭 한 번으로 집까지 전해지는 배달 음식 포장 용기들이 그 뒤를 이었다. 가정 내에서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매번 미디어를 통해서도 버려진 플라스틱이 우리네 일상의 터전에 어떤 환경적 문제를 발생시키는지도 소개되는 터라 그 고민은 더 심화되었다. 심지어 한국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라는 이야기까지도 들려온다. 최근에는 이 쓰레기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배달되었고, 그곳 국민들이 다시 가져가라며 성토한 사례까지 있지 않던가.

가장 먼저 우리는 페트병에 담겨 온 물을 다른 물로 대체하기로 했다. 주방이 좁고, 아직 아이가 없다 보니 기계식 정수기를 구입하거나 대여하기도 애매했다. 그러던 차에 독일에서 유행한다는 필터 교체 주전자형 정수기가 눈에 띄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하면 주전자에 수돗물을 그대로 받아 마실 수 있는 거였다. 아내와 상의 후 구입했다. 이 정수 주전자를 사용한 지 한 달. 이제 매주 수요일 우리 집 분리수거 통의 플라스틱 칸은 기존과 비교했을 때 불과 1/3도 차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지구 환경에 일조한 셈이라 뿌듯해하고 있다.

카페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커피를 일회용 종이컵에 받아 들고 다니는, 일명 테이크 아웃 커피잔이 패션 아이템으로 돋보인 시기가 있었다. 그냥 종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대체 하루에 이 종이컵을 몇 개나 사용하는 걸까. 그런데 그냥 종이가 아니었다. 음료가 스며들지 않도록 특수 코팅 처리를 한 컵이었고, 또 그 컵의 뚜껑은 진짜 플라스틱이었으니 말이다. 녹색 환경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일회용 컵,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일어났다. 작년을 기점으로 이 같은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또 미시적 개인의 노력이 일종의 무브먼트가 되어 다시금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제는 출근길에 일회용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행위는 전혀 멋스럽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이런 컵을 들고는 대중교통에 탑승하는 것 또한 금지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지금은 텀블러, 개인 용기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 시쳇말로 ‘인싸’가 되기 위해선 손에 들린 것이 테이크 아웃 용기가 아닌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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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必)환경’

지금까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늘 대두된 건 ‘친환경’이라는 용어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이 트렌드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그간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에 대해 ‘하면 좋은 것’ 또는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 정도로 여겼다면, 최근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가 된 셈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대란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관련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고, 이는 실제 우리 삶의 풍경을 바꾸어 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발적으로 참여해 플라스틱을 줄이는 운동을 하고 있다. 필자의 정수기 사용 및 개인 용기 사용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여기에 패션, 뷰티, 유통 등 기업들 역시 친환경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테이크 아웃 커피 트렌드의 선두 주자였던 스타벅스는 작년 말부터 국내 1200여 매장에 친환경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다. 파리바게뜨는 비닐 백 사용량을 90%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페트병 라벨을 쉽게 분리하도록 만들어 재활용률을 높이겠다고 공표했다. CJ 오쇼핑은 택배 포장에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를 사용하고 내부 완충재로 사용되는 에어캡을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환경의 중요성에 관한 생각들은 이제 소비자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명확하다.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 대표적인데, 유통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포장된 플라스틱과 비닐을 모두 매장에 버리고 오는 캠페인이 그것. ‘필환경 시대’를 올해 대표 트렌드로 꼽은 도서 『트렌드 코리아』는 “이는 품질 보존과 무관한 과잉 포장이 얼마나 많은지 눈으로 확인하고, 유통 업체와 제조 업체 모두에게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라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과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선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아 도태될 수도 있음을 소비자가 직접 경고하는 움직임인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 의식 확대에 따른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플라스틱을 넘어(Beyond Plastic)’라는 용어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리고 필환경 시대의 ‘노 플라스틱’ 운동은 완전하게 시대적 흐름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명확하게 자리 잡았고, 올해는 모든 면에서 이 트렌드가 완전히 확장되는 시기가 되리라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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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그물로 스케이드 보드를 만들다

소비자의 의식 확대에 따라 많은 브랜드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친환경 패션 기업으로 알려진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적절한 사례 중 하나다. 파타고니아는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해 많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의류를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이 같은 기업 아이덴티티를 인지한 소비자 역시 이 브랜드의 제품을 기쁜 마음으로 구매한다. 브랜드-소비자 간의 선순환적 구조가 긍정적으로 자리한 예일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리사이클링 제품을 제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과 유사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소셜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들은 투자 펀드를 설립하고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펀드의 첫 투자 기업이 바로 ‘부레오(Bureo)’였다. 부레오는 칠레와 미국에 본사를 둔 벤처 기업으로, 창립자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바닷속 플라스틱 오염 물질을 수개월간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해양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 쓰레기이며, 그중 10%는 어부들이 쓰다 버린 플라스틱 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Bureo’는 칠레어로 ‘파도’를 의미한다. 잔잔한 바다에 바람이 불면 파도가 되는 것처럼 ‘해양 오염으로 뒤덮인 바다에 작은 바람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부레오에 따르면 버려진 그물들은 대규모 환경 오염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재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기도 했다. 그들은 칠레 해안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재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용했다. 버려진 그물을 가져오는 어부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물을 깨끗이 씻어 잘게 조각 낸 다음 작은 알갱이로 만들었고, 그것들을 강철 틀에 넣어 부레오의 첫 제품인 ‘민나우(Minnow)’라는 스케이트보드를 만들어 냈다. 부레오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에는 10톤, 2015년에는 50톤, 2016년에는 100톤 가량의 버려진 어망을 수거했다고 한다. 어망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 외에도, 부레오는 미국과 칠레의 비영리 단체 및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해안 정화 작업도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한국에서의 강연 및 스타트업 설명회를 가진 부레오의 CEO 데이비드 스토버(David Stover)를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필환경 시대에 기업이, 또 소비자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였다.

필자 역시 생수 페트병을 줄였고, 일회용 컵 사용을 확연히 줄였다. 다음으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지속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또 없애야 할 것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숙제다. 2019년은 친환경을 넘어 반드시 해야 하는 ‘필환경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야 할 시기임이 틀림없다.

부레오(Bureo) CEO 데이비드 스토버

칠레에서 불어온 새로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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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바닷속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공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부레오의 대표, 데이비드 스토버를 만났다.

익히 알고 있듯,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는 브랜드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2018년 한 해 동안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여 온 것 역시 파타고니아였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Single use Think twice’라는 슬로건을 접해 봤을 테다. 커피 한 잔을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 플라스틱 컵 하나가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우리네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곰곰이 재고하게 되는 캠페인이었다. 그런 파타고니아가 소셜 벤처 투자 펀드인 ‘틴 쉐드 벤처(Tin Shed Venture)’를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 해결 노력을 가하고 있다. 그 펀드의 첫 번째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있다. 바로 ‘부레오(Bureo)’라는 스케이트보드를 만드는 회사다.

부레오는 어부들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진 플라스틱 그물이 해양 쓰레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 기반하여 이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회사였다. 그리고 그런 부레오의 중심에 데이비드 스토버를 포함한 젊은 청년들이 있었다. 파타고니아 틴 쉐드 벤처가 이를 모른 체할 리가 없었다. 파타고니아와 손 잡은 부레오는 2014년 ‘민나우(Minnow)’라는 이름의 스케이트보드를 만들어 냈다. 칠레 해안에서 수거된 폐그물을 재활용해서 말이다. 우선 이런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제품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부레오의 CEO 데이비드 스토버는 “기존 스케이트보더들도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 민나우를 구입하는 이들로부터 더 좋은 칭찬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의 스토리를 접하고 민나우를 통해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우리 이야기의 핵심인 ‘재료 재활용’. 이에 대한 힘을 민나우를 통해 느끼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레오는 ‘넷 포지티바(Net Positiva)’라는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어부들의 자발적 참여로 해양 쓰레기를 수집한다. 그리고 여러 공정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어 낸다. 그 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스케이트보드를 만들고도 남을 만큼이고, 선글라스는 물론 젠가 같은 장난감도 만든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만으로는 그 많은 재활용 소재를 널리 활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레오는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처음에는 민나우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10톤, 점차 50톤이 되었고 현재까지 274톤가량이 모였다. 조만간 1000톤을 넘어설 것 같다. 우리의 설립 목적은 바닷속에서 폐그물을 없애고, 앞으로 더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레오는 다시 처음의 미션으로 되돌아갔다.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제품 이외에도 우리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필요로 한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데비이드 스토버의 말이다.

현재 부레오가 생산한 제품에는 ‘고어텍스’ ‘3M 신슐레이트’ 등과 같은 소재 레이블인 ‘넷플러스(NetPlus)’가 부착된다. 이는 부레오가 환경에 대해 천명하는 외침과도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스케이트보드 만들어서 얼마나 수익을 남길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넷플러스’의 의미를 듣는 순간 모든 게 명확해진다. 부레오의 또 다른 소재 브랜드라 해도 좋을 넷플러스는 현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제조사와 접촉하고 있다. 더욱 좋은 리사이클링 소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 파타고니아 역시 부레오와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중이다. “석유 부산물로 만드는 새로운 플라스틱은 우리의 환경에 다시 해를 입힌다. 재활용 플라스틱은 새로운 플라스틱의 확산을 방지하여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부분적으로 파타고니아의 모자챙에도 이 넷플러스 소재가 사용될 것이다. 일상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다양한 플라스틱을 넷플러스로 전환하게 되면 폐그물 문제를 조금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데이비드 스토버)

그의 말처럼 어쩌면, 아니 확실히 앞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제품들을 더욱 많이 그리고 쉽게 만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파타고니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7호 (19.0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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