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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60살 어부는 젊은이…” 동해안 어촌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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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연구소 19일 펴낸 정책보고서

강원 동해안 어촌 90% 소멸 위기

2041년이면 어촌 10곳 사라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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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암리 마을은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군 거진읍의 작은 어촌 마을이다.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돌조개, 명주조개 등 특산물로 이름을 날리면서 어민 60여명에 그의 가족들까지 북적였지만, 어획량 감소 등의 여파로 주민들이 떠나면서 지금은 어민 20여명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 마을에선 60살 어부는 ‘젊은이’다. 함용수 반암어촌계장은 19일 “사회에선 60살이면 퇴직할 나이지만 반암리 어촌계에선 60살 먹어도 ‘젊은이’라고 불린다.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어촌이 훨씬 더 심하다. 이대로 10~20년이 지나면 어촌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홍성덕 반암리 이장도 “마을 주민 상당수가 예전에 배를 타다 나이 때문에 조업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배를 탈 생각조차 안 하고, 읍내나 인근 도시로 다 떠났다. 벌써 10여년 이상 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 한 번 들린 적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반암리 마을의 소멸위험지수는 0.07이다. 20~39살 가임 여성의 수를 65살 이상 인구의 수로 나눈 것으로 0.2 미만은 ‘고위험’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평균 소멸위험지수(0.91)에 견줘봐도 크게 낮고, 강원도 어촌 70곳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강원연구원이 19일 펴낸 ‘강원도 동해안 어촌의 소멸 위기와 대응’이란 제목의 정책 보고서를 보면, 강원도 동해안에는 반암리처럼 ‘소멸고위험’에 속한 어촌이 25곳(3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멸위험지수가 0.2~0.5인 ‘위험 진입’ 단계인 어촌도 39곳(55.7%)이었다. 강원도 동해안 어촌 10곳 가운데 9곳(91.4%)은 소멸 위기라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원은 2041년이 되면 현재 25곳인 ‘소멸고위험’ 마을이 52곳으로 늘어나고, 마을소멸 지수가 ‘0’인 사실상 없어진 마을도 10곳이나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어획량 감소 등의 동해안 어촌 환경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동해안 어촌은 1980년대 초만 해도 수산물이 풍부해 동해안 경제의 중심지였다. 1981년 수산물 생산량은 15만6160t으로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6.4%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수산물 생산량은 5만374t으로 37년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줄었고, 전국 비중도 1.3%로 크게 축소됐다. 동해안 어촌의 수산업이 다른 시·도에 견줘 급격히 위축됐고, 이 탓에 어촌의 소멸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충재 강원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전 어촌이 수산업과 관광의 중심지 구실을 했다면 지금은 마을소멸 우려 지역으로 전락했다. 어촌 활성화를 위해 어촌지원 조직을 통합해 역량을 강화하고,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서핑 등 해양레저와 어민 소득을 연계시키는 방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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