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5 (토)

[만물상] 이재웅의 돌직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 1995년 27세 청년 이재웅이 토종 포털 사이트 '다음'을 만들면서 내건 광고다. 그는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했고 프랑스로 건너가 인지과학을 전공했다. 인터넷과 예술을 결합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당시로선 혁신적인 무료 이메일을 창안, 한때 대표 포털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에 밀리면서 회사가 '카카오'에 넘어갔지만 돌직구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쟁사인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을 두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자 이재웅이 대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하다." "동료 기업가로서 화가 난다." 결국 김상조는 "자중하겠다"고 사과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웅은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다 작년 4월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의 CEO로 경영 일선에 돌아왔다. "벤처 선배로서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는 일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맡은 혁신성장본부장직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계를 절감한 듯 작년 12월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해 아쉽다"면서 사표를 던졌다. 엊그제 이재웅이 지지부진한 공유 차량제 도입을 놓고 또 돌직구를 날렸다. "가장 중요한 수천만 택시 이용자가 빠졌는데 카카오, 택시 단체, 국회의원이 모인 기구를 사회적 대타협 기구라고 명명한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공유 차량제 도입은 수천만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는다. 이재웅은 "(이런 상황에서 내려진) 결론을 어느 국민이 수용하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차량 공유' '원격의료' 등 혁신 경제를 강조하다 택시 기사나 의료계 집단 반발이 일어나면 '이해관계자 대타협'이란 장막 뒤로 숨어버린다. 벌써 몇 번째다. 그런데 그 '이해관계'에서 소비자는 늘 발언권이 없다. 조직이 없으면 힘이 없고 데모를 할 수 없으니 쉽게 무시하는 것이다.

▶혁신은 기득권 구도를 깨고 경쟁을 촉진해야 이뤄질 수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 1조는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경제부총리도 공정거래위원장도 아닌 기업 대표 한 사람만 '자유 경쟁'과 '소비자 권익'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정부는 '소비자'가 빠진 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