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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나도 50만원 받았다" 전국 조합장 선거, 줄잇는 '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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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3주 앞두고 금품 살포 기승

선관위 포상금 걸자 자수 잇따라

"나도 5만원권 10장 묶음으로 50만원을 받았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광주 광산구 모 조합장선거 입후보 예정자 A씨(62)로부터 돈을 받은 조합원들은 자수하라고 권고했다. 선처하는 자수 기간은 오는 21일까지다. 최근 조합원 7명이 50만원씩 모두 350만원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앞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입후보 예정자 중 처음으로 지난 7일 구속된 A씨는 조합원 4명에게 고무줄로 묶어 돌돌 만 50만원 현금 뭉치를 악수하며 건넸다. 이 같은 수법으로 200만원을 뿌렸다. 돈을 받은 4명은 A씨를 자수 기간 전에 신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광주에서만 단일 금품 수수 사건에 자수자가 11명이 된다"며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후보자에게 돈을 받았다고 폭로하는 '돈투'가 잇따른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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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3일 농협 1113곳, 수협 90곳, 산림조합 140곳 등 1343곳에서 조합장을 선출하는 전국 동시 선거를 앞두고 금품 수수 적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2015년 3월 첫 선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돈을 받았다"는 자수자가 늘어났다. 선관위가 돈 선거 관행을 끊으려고 신고 포상금을 기존 최고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18일 선관위 포상금 심사위원회 결과, 최초 자수자 4명은 포상금 1억원을 지급받았다. 최초 신고자와 증거 수집에 힘쓴 사람은 3000만원씩, 나머지는 2000만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자수 기간 신고자는 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

2015년 조합장선거 당시 선거 범죄 신고자 83명이 총 4억98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받았다. 올해는 18일 현재 1억3600만원의 신고 포상금이 7명에게 지급됐다. 앞서 충남에서 입후보 예정자에게 200만원의 현금과 홍삼 제품을 받은 사람은 2000만원, 경남에서 43만원의 물품을 받은 사람은 1100만원, 충남에서 24만원 상당의 음식품을 받은 사람은 500만원을 각각 신고 포상금으로 받았다.

선거를 3주가량 앞두고 포상금 지급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돈 선거 관행이 뿌리 깊다는 분석이다. 경남도선관위는 지난 1월 지인을 통해 500만원 상당의 농협 상품권을 사고 조합원 8명에게 10만원씩을 제공한 혐의로 모 조합장 B씨를 지난달 30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고발했다. 전남도선관위는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13명에게 각각 7만~10만원씩 총 127만원의 출자금을 대납해주고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로 모 조합장선거 입후보 예정자 C씨 등을 지난달 30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조합장 선거는 강한 연고주의와 막강한 조합장 권한 탓에 혼탁 선거가 예견됐다. 조합장은 오랫동안 친분을 나눈 조합원 500~2000명을 상대로 선거에 나선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조합원 일부만 포섭해도 승산이 있는 구조다. 1억원 안팎의 연봉에 판공비는 최대 2억원이다. 기사와 차량을 받고 최대 150명의 인사권을 쥔다. 조합 예산 집행과 사업 결정도 뜻대로 할 수 있다. 보통 조합장을 발판 삼아 지역 기초 의원을 거쳐 시장·군수로 도약하는 경우가 많다. 농·수협 중앙회장을 노릴 수도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불·탈법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운동 2주 동안 자신을 알려야 한다. 이 때문에 신인에게 불리하다. 선거원과 사무소를 두지 못하고 혼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생결단식 선거운동'에 내몰린다. 5억원 쓰면 붙고 4억원 쓰면 떨어진다는 '5당4락'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승우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전국 조합장 선거는 농어민이 스스로 조직한 조합을 이끌 리더를 선출하는 중요한 행사"라며 "지역 살림을 부흥시킬 사람을 원한다면 능력을 따져서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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