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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조타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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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서양 수심 3461m 지점

침몰 원인 밝힐 단서 나올 듯

분석 기간 ‘최소 한 달’ 예상



경향신문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남대서양 해저면에서 회수한 당시 항해기록저장장치(VDR).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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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한국 광물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발견됐다고 외교부가 18일 밝혔다.

VDR은 항해기록이 담긴 일종의 ‘블랙박스’로,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텔라데이지호의 국적은 마셜제도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조건으로 운항했기 때문에 국적선으로 분류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인피니티’사의 ‘시베드 컨스트럭터’호가 17일 VDR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VDR이 발견된 지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1860노티컬마일(3445㎞) 떨어진 해역의 수심 3461m 지점이다. 수색함인 시베드 컨스트럭터호는 자율무인잠수정(AUV)을 투입해 수색하던 중 선체 일부인 선교(조타실)의 잔해를 찾아냈으며 근처 해저면에서 VDR을 발견해 회수했다.

이번에 회수된 VDR에는 사고 당시 날짜와 시간, 속력, 선교 녹음, 선박 간 통신 내용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 이 내용을 분석하면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단서가 나올 수 있다. 또한 침몰 당시의 대처와 기상 상황, 운항 적정성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수된 VDR은 현재 부식 방지를 위한 특수용액에 담겨 시베드 컨스트럭터호 내에 보관 중이며 조만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유조선을 광물운반선으로 개조한 스텔라데이지호는 선령 25년의 노후 선박으로 2017년 3월31일 철광석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이 배에는 선장과 기관사, 항해사 등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 등 24명이 타고 있었다.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한국인 전원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

당시 수색 작업은 성과 없이 40일 만에 종료됐다. 그러자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 연장을 촉구하는 민원을 당시 출범한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으로 청와대에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심해수색을 결정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남대서양 사고 지역 심해수색 장비 투입 관련 예비비 지출안’을 통과시키고 예산 53억원을 책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개입찰을 통해 미국의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오션인피니티와 48억4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50일간 심해를 수색하기로 했다. 오션인피니티의 시베드 컨스트럭터호는 지난 8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떠나 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했으며, 해저를 향해 저주파를 쏘아 특이점이 발견되는 지점에 A1면/V를 보내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색을 진행해 3일 만에 VDR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VDR에 저장된 자료를 분석해 사고 당시 상황을 알아내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자료 분석에 짧게는 한 달이 필요하고, 음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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