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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카슈끄지 살해 연루’ 사우디 왕세자, 뭉칫돈 들고 아시아 3국 방문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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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 22조여원 투자

인도·중국도 차례로 방문

경협으로 이미지 회복 노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아시아 3개국 방문에 나섰다.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배후로 지목되면서 실추된 이미지를 경제협력 카드를 통해 돌파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밤 파키스탄 북부 라왈핀디의 누르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직접 나가 맞이했다. 현지매체 돈은 칸 총리가 관행을 깨고 무함마드 왕세자를 이슬라마바드 총리관저까지 직접 운전해 데려갔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날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력 분야는 석유화학·에너지·광물·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양국은 어려운 시간들을 함께 이겨냈다”면서 “파키스탄은 가까운 미래에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칸 총리는 “사우디는 파키스탄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손을 내밀어준 나라”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 무슬림들의 사우디 소재 이슬람 성지 순례 시 입국절차 간소화, 사우디 거주 자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무함마드는 “요청들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칸 총리는 지난해 10월 카슈끄지 사태로 사우디에서 열린 국제투자회의가 서방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흔들릴 때 회의에 참석하며 무함마드 왕세자의 체면을 세워줬다. 사우디의 통 큰 투자와 칸 총리의 요구사항 수용은 보답으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서방이 아닌 다른 곳에도 사우디 동맹국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행보로 분석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잠재력, 외교적 가치를 고려한 방문 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파키스탄에 이어 인도(19~20일), 중국(21~22일)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한정(韓正) 부총리와 각각 회담한다. 중국과 인도는 사우디산 석유의 주요 구매국이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리궈푸 중동연구실장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아시아가 사우디 외교의 주요 행선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의도와 달리 그의 방문이 역내 긴장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는 파키스탄 남서부 항구도시 과다르에 석유정제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과다르는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이어서 사우디와 충돌할 수 있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서는 파키스탄 이슬람 무장조직의 폭탄테러로 인도군이 40명 이상 사망하는 등 역대 최대 피해가 났다. 파키스탄에 대한 사우디의 파격 투자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인도는 또한 파키스탄 인접국 이란의 차바하르 항구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 사우디·파키스탄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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