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매천을 기리는 만해의 애달픈 ‘추모곡’ 첫 공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화재청, 옛 서대문형무소에서 ‘100년 전 그날’ 특별전

매천 황현, 우국결의 ‘절명시’ 비롯

한용운 추모시 등 관련 자료 첫 공개

일제 감시대상 ‘수형 기록카드’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 등 눈길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10년 9월10일 조선의 마지막 선비로 추앙받던 매천 황현은 전라도 구례 지리산 자락 서재에서 자결했다. 앞서 열이틀 전 대한제국이 망하고 일제의 영토로 전락한 경술국치가 일어났다. 매천은 ‘무궁화 삼천리가 이미 시들어 떨어지고…이승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어렵구나’라고 한탄하는 절명시를 쓴 뒤 아편 섞은 소주를 마시고 55살 삶을 접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1914년, 불교계에서 항일운동을 시작한 35살 승려 만해 한용운(1879~1944)은 매천을 꽃으로 기린 한시를 지어 유족에게 바쳤다. 매천의 혼이 깃든 구례땅 화엄사에 강연하러 왔다가 추모심이 일어난 것이다. ‘의리로써 나라 은혜를 갚으시니/ 한 번 죽음은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나네/ 이승에서 끝나지 않은 한을 저승엔 남기지 마소서…’

꽃다운 이 추모시의 친필 이미지가 독립지사들이 투옥됐던 옛 서대문감옥에서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인다. 문화재청이 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12옥사에서 19일부터 시작하는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이 그 자리다.

전시는 들머리를 채운 황현 관련 시각자료들이 우선 눈길을 붙잡는다.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며 일제의 불의에 맞선 결의를 담은 ‘절명시’와 만해의 추모시를 포함한 황현의 친필 모음 ‘사해형제(四海兄弟)’, 안중근 의사 행적에 얽힌 사료들을 모은 ‘수택존언(手澤存焉)’ 등의 이미지 복제본들이 공개된다. ‘수택존언‘은 ’손때 묻은 옛사람 흔적‘이란 뜻으로, 안 의사의 공판 기록과 하얼빈 거사 전 집필한 싯구 등이 든 사료집. 매천이 1864~1910년 구한말 쇠망사를 기록한 <매천야록(梅泉野錄)>의 안 의사 부분을 집필할 때 근거자료가 됐다.

1부 ‘3·1운동, 독립의 꽃을 피우다’에서는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등록문화재)를 확대한 패널들이 핵심 전시물이다. 북한 지역 3·1운동 수감자 230명, 여성 수감자 33명, 이들을 포함한 3·1운동 관련 전체 수감자 1000여명의 신상카드 기록들이 2개의 방과 터널 공간에 가득 채워져 관객들 앞에 처음 실체를 드러낸다. 저항시인 이육사의 유고들 가운데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친필시 ‘편복’과 ‘바다의 마음’ 원본이 처음 나온다.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민족의 희망이 되다’에서는 최근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이봉창(1900~1932) 의사의 선서문(복제본), 임시정부의 이론가였던 조소앙(1887~1958)이 정리한 친필문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이 눈길을 끈다. 3부 ‘광복, 환국’에서는 백범 김구(1876~1949)가 1949년 쓴 ‘혼자 있을 때도 행동을 삼가한다’는 뜻의 글씨 ‘신기독(愼其獨)’과 1945년 11월 나온 ‘한중영문판 한국애국가 악보’초판 복제본 등이 지사들의 숨결을 전한다. 4월21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