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연체 초기 채무도 최대 30% 탕감…도덕적 해이 우려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핵심은 채무감면 대상과 감면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과도한 채무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다. 그러나 과도한 채무감면이 자칫 다른 채무자의 상환 의지와 금융사의 대출 행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금융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개인채무자 신용회복지원제도 개선방안'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시행하고 있는 개인 워크아웃제도가 기계적으로 채무를 감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재기를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먼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연체 시작 전~연체 시작 30일 이전' 기간에도 실업, 무급휴직, 폐업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원금 상환 유예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지금까지는 연체 시작 30일이 경과하기 전에는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없었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소득 중단으로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된 '최근 6개월 이내 실업자·무급휴직자·폐업자' 등은 6개월간 약정금리대로 이자만 납부하는 상환유예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 유예기간 6개월이 끝난 뒤에도 상환할 수 없으면 상황에 따라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10년 장기 분할 상환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둘째, 연체 90일이 지났지만 아직 금융사가 채무를 상각하지 않은 채무자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지금은 이들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해도 미래에 발생할 이자는 면제받지만 채무원금은 면제받을 수 없다. 이를 개선해 앞으로는 채무원금도 30% 이내 범위에서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채무원금 면제를 노린 고의적 연체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조정을 신청하기 직전 1년 이내 대출은 감면 대상에서 제외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월 소득 140만원(생계비 제외 가용소득 40만원)이며 총 채무액이 5000만원(상각채무 3000만원·미상각 채무 2000만원)인 채무자는 갚아야 할 채무원금이 현행 약 3200만원에서 제도 시행 후 2600만원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셋째, 금융사가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채무를 상각한 채무자에 대한 지원이 달라진다. 금융사가 채무를 상각했다는 것은 이 돈을 장부상 손실로 기입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채무자는 채무원금을 감면해준다. 이미 전체를 손실로 처리한 돈인 만큼 일부를 감면해줘 채무자의 상환 의지라도 북돋아 주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감면 폭은 원금의 30~60%였다. 개선안은 이 감면 폭을 20~70%로 조정했다. 즉 같은 채무자라도 개선안 도입 후 지금보다 채무원금을 더 감면받을 수도, 덜 감면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환능력을 아예 상실한 채무자들은 특별감면 프로그램을 도입해 구제한다. 채무원금이 1500만원 이하고 연체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소액연체자에게는 채무원금의 70%를 감면한 뒤 3년간 원리금을 성실 상환하면 남은 채무를 면책해준다. 3개월 이상 연체한 기초수급자(생계·의료)·장애인연금 수령은 소득 제한 없이 각각 채무원금의 90%, 80%를 감면해준다. 이들에게도 3년간 성실 상환하면 잔여 채무를 면제해주는 건 똑같다. 월소득이 150만원이고 채무원금 700만원(상각채무 300만원·미상각 채무 400만원)인 2인 가구 고령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실제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현행 490만원에서 제도 시행 후 17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이 같은 정부 방안에 대한 비판도 많다. 제도를 악용하는 채무자들이 분명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대다수 대출자에게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원금 감면 폭을 확대하면 금융사들은 그만큼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사실상 금융사 돈으로 정책을 시행하면서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동은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