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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무비클릭] 알리타 : 배틀 엔젤 | 상상 뛰어넘는 액션과 속도감 CG로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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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액션, 모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122분/ 12세 관람가/ 2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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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타 : 배틀 엔젤’은 이미 지난해부터 2019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을 맡으려 했다는 사실도 관심을 끌었고 유명한 만화 원작 ‘총몽’의 할리우드 각색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은 잡지 않았지만 각본과 제작을 맡아 작품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제임스 카메론과 원작의 영향을 받았고 또 그들로부터 태어나기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 ‘알리타 : 배틀 엔젤’은 독립된 작품이다. 오히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B급 감수성이 영화 전반에 강렬하게 녹아 있다.

영화의 배경은 26세기, 사이보그가 일상에서 활보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미래다. 과거 여러 개 공중도시가 번성했지만 대추락 이후 남아 있는 유일한 공중도시는 ‘자렘’뿐이다. 자렘은 사람들의 이상향이며 욕망이고 목표다. 마치 영화 ‘엘리시움’의 ‘엘리시움’이나 ‘아일랜드’의 ‘아일랜드’처럼. 사람들은 공중도시 자렘을 동경하고 고철도시에서의 삶에 혐오를 느낀다. 고철도시를 육체적으로 불완전하고 경제적으로 불충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정도로 인식하는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렘은 공중에 떠 있는 소문의 공간일 뿐 정확히 어떤 곳이며 무엇이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정보가 제한되는 것은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렘에 대해 듣지만 적어도 1편에서 영화는 실체나 정체에 대해 노출하지 않는다.

이처럼 ‘알리타 : 배틀 엔젤’은 애초에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1편이다. 세계관 전체를 펼치기 전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셈이다. 1편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관객의 호기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로사 살라자르가 연기한 알리타 캐릭터만 해도 그렇다. 뇌와 심장이 살아 있는 채로 버려져 있던 폐기물은 닥터 다이슨 이도(크리스토프 왈츠 분)의 손을 거쳐 사이보그로 거듭나 알리타라는 이름을 부여받는다.

기억이 삭제됐지만 본능이 남아 있는 알리타는 절대적 선이 몸에 밴 타고난 전사로서 자신을 주변인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하나씩 소개해 나간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알리타의 자기 발견과 사랑, 성장과 변화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알리타가 누구인지, 또 과연 자렘의 정체는 무엇인지 향후 풀어나갈 단서의 실마리 또한 제공한다.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녀 전사’라는 플롯은 어마어마한 수준의 그래픽 기술과 속도감 있는 액션을 통해 화려한 영상미로 증폭된다. 영화에서 일종의 스포츠로 선보이는 ‘모터볼’의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지금껏 어떤 영화의 추격신이나 격투신보다 격렬하고 흥미롭다. 기계로 만들어진 몸과 인간을 본뜬 머리가 결합된 사이보그 알리타의 이미지 역시 인공적이면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신체 일부를 다른 물건으로 대체한 캐릭터 역시 로버트 로드리게즈만의 뒷골목 감수성과 어울려 그로테스크한 미학을 갖는다. 이 기괴한 분위기 덕분인지 신체가 칼로 난자되고 분해되며 이등분되는 극단적 액션 장면도 나름의 개성과 문법으로 다가온다. SF 장르 특유의 진지한 철학적 물음 대신 ‘알리타’는 전적으로 오락성을 선택한 블록버스터다. 그 개성에 매력을 느끼는 전폭적 지지 세력을 가진 마니아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6호 (2019.02.20~2019.0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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