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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연초부터 뒤숭숭한 하이트진로-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오너 아들 검찰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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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분위기가 연초부터 뒤숭숭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100억원 과징금 철퇴를 맞은 하이트진로는 급기야 올해 초 그룹 주요 임원진이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박태영 부사장, 김창규 전 상무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지난 10년간 조직적으로 박태영 부사장의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계는 이번 검찰 처벌로 하이트진로 승계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뿐인가. 주력 사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주 시장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으며 맥주 사업은 5년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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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경영진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하이트진로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사진 : 최영재 기자>


▶가뜩이나 실적도 안 좋은데

▷맥주 시장 5년 연속 적자늪

2011년 소주 업체 1위였던 진로를 인수하면서 하이트진로가 출범할 때만 해도 하이트진로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국내 소주와 맥주 시장 ‘동시 1위’라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2012년 한때 하이트진로는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기대에 부응했지만 이후 실적은 제자리걸음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4717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1조8856억원, 영업이익 904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시장 예상보다 낮은 실적이다.

하이트진로가 합병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가장 큰 이유는 맥주 시장 경쟁이 점점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맥주 시장은 1위 업체 OB가 굳건한 가운데 2014년부터 롯데가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2위 업체 하이트진로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셈이다. 3위인 클라우드는 1위 OB맥주보다 2위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수입맥주 판매가 활성화되고 지역별 소규모 양조장이 증가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악재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은 5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연간 7667억원을 기록했던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매출은 2017년 7422억원, 2018년 7141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6900억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맥주 사업에서만 최근 연 3~4%씩 매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맥주 부문은 영업손실 규모도 2016년 217억원, 2017년 2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00억원 안팎을 기록해 당분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맥주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17년 4월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발포주와 수입맥주 유통 매출은 약 30% 이상 늘었다. 하지만 기존 맥주 매출 감소로 인해 전체 맥주 사업 규모가 줄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캐시카우인 소주의 가격 인상 전까지는 수익성이 좋아질 수 없고 비용 효율화를 통한 이익 증가 효과도 제한적이다”라며 “점유율 경쟁을 감안할 때 광고 선전비를 통제하기도 어려워 올해 상반기까지 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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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영진 불구속 기소

▷승계 작업 올스톱 전망

가뜩이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오너 아들의 불구속 기소는 하이트진로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서영이앤티(박스 참조). 바로 검찰이 지목한 하이트진로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이다. 검찰은 박태영 부사장이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소위 ‘통행세’를 통해 하이트진로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하이트진로의 부당내부거래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월에는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김 사장과 박 부사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검찰의 이번 조사는 공정위의 검찰 고발에 따른 조치다.

검찰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에 ‘끼워 넣기 방법’ 등을 통해 총 43억원 상당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박태영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 경영권 승계 토대를 다졌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맥주캔 구매 과정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재료를 구입했다. 서영이앤티에 소위 ‘통행세 명목으로’ 1캔당 2원씩 붙여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이후에는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코일도 서영이앤티를 거쳐 납품하도록 했다. 각종 통행세를 통해 서영이앤티 실적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2007년 142억원이던 서영이앤티 매출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55억원으로 6배 급증했다.

그뿐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2008~2015년 서영이앤티 직원에 대해 자문료를 지급하고, 파견 직원 수수료를 적게 받는 등 약 5억원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3~2014년 서영이앤티를 삼광글라스의 맥주캔 제조용 코일 거래에 부당한 방법으로 끼워 넣어 약 8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2014~2017년 서영이앤티를 삼광글라스의 글라스락캡 거래에도 끼워 넣어 18억6000만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하이트진로 법인이 조직적으로 주도했으며 각종 거래 지원이나 도급비 인상에 김인규 사장, 박태영 부사장 등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김인규 사장과 박태영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여러 부당 지원에 힘입어 박 부사장이 소유한 서영이앤티는 그룹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소유하게 됐다. 박 부사장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에 이어 그룹 2대 주주가 된 배경이다.

하이트진로 임원진들은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향후 진행되는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식품업계가 창업주 일가의 제왕적 지배 경영으로 인해 외부 견제가 어렵다”며 “내부적으로도 맹목적 충성이 강요되다 보니 오너 일가의 범법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 ‘서영이앤티’

▶통행세·우회지원으로 지주사(하이트진로홀딩스) 대주주 우뚝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이 되는 기업이다. 사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2007년까지만 해도 하이트진로 거래 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사들이면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기업이 됐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58.4%)이 최대 주주다.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에 박문덕 회장(14.7%), 박재홍 하이트진로 상무(차남, 21.6%) 등 총수 일가 지분이 99.9%가 넘는다.

지분 취득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차입금과 이자 부담이 발생하자 박 부사장 등은 그룹 차원의 불법 지원으로 이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년간 하이트진로는 각종 통행세와 우회 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줘 하이트진로홀딩스를 지배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넘는 경우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서영이앤티는 이 규제에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2015년 기준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은 253억원에 이른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는 조금씩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다. 2016년 210억원, 2017년 204억원까지 낮아졌으며 지난해 191억원으로 줄어 공정거래법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서영이앤티의 미래는 유동적이라는 분석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6호 (2019.02.20~2019.0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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