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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약세장 예상 펀드매니저, 증시 반등에 당황-IT·바이오·경협株…1분기 안도랠리(악재 해소 뒤 반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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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면 반대로 가야 한다.’

증시의 오랜 격언 중 하나다. 연초 코스피가 딱 이랬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10월 이후 극도로 부진했다. 모두 ‘상저하고’를 짐작했다.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정반대였다. 코스피는 2019년 초 ‘깜짝 반전’을 연출했다. 외국계의 예상 밖 ‘밀물 자금’에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당황하며 뒤늦게 종목 저가매수에 나섰다.

매경이코노미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 등으로 증시가 1월 이후 ‘안도랠리’를 펼치며 2200선을 회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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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4조 ‘바이코리아’

▷패시브 자금 대거 유입된 듯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이후 올 들어 2월 13일까지 코스피지수는 약 7% 상승했다. 코스닥 역시 이 기간 8% 상승했다. 1월만 놓고 보면 코스피 상승률은 8%로 이는 역대 1월 증시 성과 중 7위에 해당한다.

깜짝 랠리를 주도한 것은 외국계 투자 자금이다. 지난 1월부터 2월 11일까지 약 4조2000억원의 순매수 자금이 밀려들어 코스피, 코스닥 종목을 쓸어담았다. 매수세는 IT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계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4886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96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계 순매수 자금의 8할이 국내 투톱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 것이다. 이 밖에 삼성SDI(1916억원), 한국전력(1874억원), 바이로메드(1420억원), LG화학(1124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연초 증시 상승에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등 대외 환경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나타난 최근 달러 약세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좇아 신흥국 등 이종(異種)통화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한다.

증권가에서는 대외 리스크 완화 속 1월 이후 유입된 외국계 자금의 성격을 주목한다. 이 자금은 대부분 패시브펀드발(發) 자금인 것으로 추정된다. 패시브펀드는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기업을 분석해 종목을 매매하는 액티브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ETF(상장지수펀드)처럼 편입된 기초자산만큼의 수익률을 좇거나 자체 투자 로직에 따라 저평가된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최근 외국계 자금의 유입을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좋아질 것이 확실해 국내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고 해석하기에는 개운치 않다는 의미다. 김영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패시브펀드의 대표적 인덱스인 MSCI 신흥국(EM)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아이셰어즈(iShares) MSCI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s) ETF에는 한국 주식이 110종목(우선주 6종목 제외) 포함돼 있는데, 그중 101종목이 코스피, 9종목이 코스닥 종목이다. 코스닥 종목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종목 시가총액의 3.6%인데, 1월 외국계 자금은 이들 종목을 딱 3.6% 비율로 순매수했다. 시총을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패시브 성격의 자금이 한국 증시를 지배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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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락 반복하며 저점 올려갈 듯

▷종목장세 대비할 때

관건은 2월 이후 증시가 어떤 모습을 연출하느냐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같은 ‘패닉셀’이 재현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 대체로 1분기까지는 등락을 반복하면서 저점을 조금씩 높여가는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증시 유동성 공급에 재료가 됐던 달러 약세 현상이 2월 이후 다소 둔화되기는 했어도 일시적 되돌림 정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기에 대세 상승보다는 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등 이벤트도 있어 당분간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증시가 등락하는 과정에서 수급 측면에서 살펴야 할 불안 요인이 몇 있다.

첫째는 중국발 패시브 자금 이탈 가능성이다. 패시브 자금이 추종하는 대표적 인덱스인 MSCI EM지수는 오는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A주 대형주 비중을 시가총액 기준 5%에서 20%로 확대한다. 구체적인 비중은 2월 중 확정된다. 중국 A주 편입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되면 EM지수 내 한국 비중은 13%대에서 12%대로 줄어들고 4조원가량의 자금 유출이 전망된다. 물론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돌발 악재와 맞물릴 경우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가가 단기간에 오르면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사라졌고 국내 기업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것도 부정적 변수로 지목된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국내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2차 미북정상회담과 미중 무역협상 데드라인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폴더블 관련株 ‘꿈틀’

▷중소형주도 관심 둬야

시장의 큰 테마는 IT, 바이오, 남북경협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1월 랠리에서 대형주가 단기간에 급등했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IT에서 당장 주목받는 종목군은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 관련주다. 대표 종목은 SKC코오롱PI, 코오롱인더 등이다. SKC코오롱PI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시제품에 사용된 PI 베이스 필름을 생산한다. 폴더블폰은 액정 자체가 완전히 접히는 방식이어서 패널 보호용 필름으로 기존 폴리에스테르(PET) 필름 대신 유연성이 높은 PI 필름이 들어간다. SKC코오롱PI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도 최근 상승세다. 최근 주가는 6만원을 중심으로 등락 중이다. 지난해 12월 저점 대비 20%가량 올랐다. SKC코오롱PI 지분을 절반 갖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PI 필름 양산 기술을 갖췄다. 이 회사는 ‘CPI(Colorless PI)’라는 브랜드명을 앞세우고 테스트 제품을 납품할 스마트폰 제조사를 확대 중이다.

바이오 업종에서는 건강기능식품 관련주의 주가 흐름이 좋다. 뉴트리와 에이치엘사이언스가 대표주자다. 뉴트리는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피부건강), 핑거루트추출분말(체지방 감소) 등 총 8건의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 원료를 보유한 회사다. 개별인정 원료란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원료로 그 기능을 식약처장에게 인정받은 원료다. 기능을 인정받게 되면 독점 생산 권한을 부여받아 가격 결정권을 거머쥘 수 있다. 에이치엘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640억9200만원, 영업이익 123억6700만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대비 각각 59.4%, 131.9% 증가한 수치다. 주력 제품인 석류농축액 관련 제품군의 지속적인 판매 증가와 신제품 출시 덕을 톡톡히 봤다.

남북경협 관련주는 최근 베트남 미북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기대감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장기간 두고 볼 종목군인 만큼 단순 테마주는 제쳐두고 실제 대북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갖춘 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 대표 종목은 현대건설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은 남북경협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고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올해 호재가 많다”며 “전력, 발전, 도로 등 인프라 중심의 해외 수주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문제 현장들이 마무리될 경우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수소에너지 정책 수혜주가 눈길을 끈다. 일부 종목은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수급이 몰리면서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기에 옥석을 가리는 것은 필수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라이트론(NASA가 채택한 액화수소 압축 기술)과 뉴로스(에어 베어링 방식의 공기압축기 제조 기술) 등이 손에 꼽힌다. 최근 라이트론 자회사 메타비스타는 영국 인텔리전트에너지와 상용 액체수소 연료전지 드론 분야에서 상호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잰걸음 중이다. 인텔리전트에너지는 연료전지와 수소 발전 기술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연료전지 엔지니어링 업체다. 수소차는 공기압축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압력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뉴로스는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왕진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뉴로스는 자체적이고 독보적인 에어 베어링을 개발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에어 베어링을 적용한 공기압축기를 상용화했다”고 분석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6호 (2019.02.20~2019.0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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