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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취재수첩] 정부 눈치 보기에 원격의료 기대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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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1호로 휴대용 심전도 장치가 선정되면서 원격의료의 물꼬가 트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정작 원격의료 사업을 하는 ICT 업계 관계자들은 냉담한 표정이다.

6년째 원격의료기기 사업을 진행 중인 한 ICT 기업 대표는 “업계에서는 국내서 원격의료 사업을 하려면 수십 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원격의료 정책이 추진되다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미끄러지는 것을 수차례 경험하다 보니 기대감이 아예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런 반응은 정부의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정책 진행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월부터 한 달여 동안 기업들의 민원을 접수받았으나 원격의료와 관련해 접수된 건수는 0건이다. 국내 여러 기업이 해외와 손을 잡고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서는 사업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기업들의 과민반응일까? 이번 ‘휴이노 워치’ 발표 과정에서의 정부 행태를 보면 괜한 우려는 아닌 듯싶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홍보의 장이 돼야 할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진료나 상담이 아닌 의사의 환자 모니터링과 단순한 내원 안내에 국한했다” “사업 시행 중 원격의료 성격의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 등 그 효과와 의미를 오히려 축소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의료계 반발을 우려해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에 원격의료 도입에 기대감을 갖던 관련 업계와 환자들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기술 개발 3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휴이노 워치는 아직 식약처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다.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의사가 활용해주지 않으면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길영준 휴이노 대표의 말처럼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한국은 이미 19년 전에 원격의료 시범 서비스를 도입할 정도로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그 성과는 다른 나라에서 빛을 발하는 중이다. 기업이 차려놓은 밥상을 해외에 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매경이코노미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6호 (2019.02.20~2019.0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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