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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교황청, '성 추문 의혹' 전 추기경 사제직 박탈.."가톨릭 역사상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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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매캐릭 전 추기경, 역사상 성직 박탈당한 유일한 추기경
사제직 박탈..재정적 후원도 끊겨


파이낸셜뉴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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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성 추문 의혹에 연루된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88· 사진)의 사제직을 박탈시켰다. 미국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매캐릭 전 추기경은 현대 가톨릭 역사상 성직을 박탈당한 최고위직 인물이자 유일한 추기경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을 비롯해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매캐릭 전 추기경의 사제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자체 조사 결과 그가 고해성사 도중 신자들에게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엄중한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교회법상으로 지난달 11일 매캐릭에게 유죄가 선고됐으며, 그가 항소했으나 지난 13일 항소법정이 유죄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한때 미국 가톨릭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WSJ은 "매캐릭 전 추기경이 앞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집권 당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음에도 어떻게 영향력을 쌓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미국 교회의 조사 결과 1970년대 초기에 10대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7월 추기경단에서 물러났다. 그는 미성년자들뿐 아니라 성인 신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도 받아왔다. 현직 추기경이 교황 다음으로 높은 직위인 추기경직에서 면직된 것은 로마 가톨릭 역사상 근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외신은 설명했다.

CNN은 "가톨릭에서 사제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 성사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되고, 사제로 지칭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뿐만아니라 교회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재정적인 후원도 끊긴다"고 전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현재 캔자스주 시골의 외딴 수도원에서 '기도와 속죄의 삶을 살라'는 명령에 따라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심박조율기를 차고 있는 매캐릭 전 추기경이 이번 성직 박탈로 계속 캔자스의 수도원에 머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교황청이 오는 21일부터 나흘간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들을 교황청으로 불러모아 여는 회의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루클린 가톨릭 교구는 지난 15일 미성년자 성적학대로 고발된 사제 1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에 가톨릭계는 교회 내 성 학대 문제가 불거진 점을 짚고 이를 예방 및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개최한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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