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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낙태죄 합헌' 판단, 7년만에 바뀔까… 헌재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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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the L] 헌법재판관 2명 퇴임 전 결정 여부에 관심… 2012년 8월엔 4대4 합헌

머니투데이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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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의 낙태죄 조항을 합헌이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7년만에 뒤집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재판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 이같은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일부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중순 이전에 헌재가 결정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헌재는 2017년 2월 한 의사가 낸 낙태죄 조항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헌재에 현재 걸려 있는 낙태죄 헌법소원은 이 1건이 유일하다. 이 의사는 업무상 낙태죄(의사가 부녀의 동의 등을 받아 낙태를 행했을 때의 처벌 조항)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위헌법률제청 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곧바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제269조(자기낙태죄 등)는 약물 등 방법으로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270조(업무상 낙태죄 등)는 의사나 한의사 등이 여성의 부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도록 한 때에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7년 전 헌재에서는 4대4 합헌, 쌍방 주요 논거는

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여부 다툼은 2012년 8월에 한 차례 내려진 바 있다. 이 사건은 부산 한 조산원을 운영하는 조산사가 업무상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법소원을 내서 개시됐다. 당시 헌재는 자기낙태죄와 업무상 낙태죄가 대향범(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범죄의 구성요건 실현에 관여하는 범죄의 유형) 관계에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까지 함께 논의했다.

8인의 재판관이 관여해 내린 2012년 8월의 심판에서 합헌 의견을 내놓은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돼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들은 또 "현재 유전학적 사유 등 예외적 경우나 범죄행위로 인한 임신의 지속이 오히려 법질서에 반하는 경우 등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외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을 비롯해 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 등 4명은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거의 사문화돼 낙태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며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위헌 의견을 내놨다.

이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부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거나 다른 수단을 모색하지 않은 채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임부의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추구하려는 공익은 태아의 생명보호인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해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않아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4대4로 의견이 나뉜 당시 헌재의 판단은 '합헌'이었다. 6명 이상의 재판관이 단순위헌 의견을 내놔야만 위헌으로서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되는데 정족수에 미달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헌재구성은 진보성향 우위, 낙태죄 판단 변화 가능성

법조계 일각에서는 오는 4월18일 서기호·조용호 재판관의 퇴임을 앞두고 헌재가 서둘러 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관 5명이 한꺼번에 퇴임해 4명만 남았던 헌법재판관 구성은 같은 달 하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이 취임한 데 이어 10월18일 김기영·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이 취임하고 나서야 9인 체제를 완성한 바 있다. 재차 2명이 퇴임하게 되면 낙태죄 사건 뿐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주요 사건의 심리가 다시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만약 4월18일 서·조 재판관 퇴임 전 선고가 내려질 경우 낙태죄 조항이 종전과 달리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9인의 재판관 중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우리법연구회', 김기영 재판관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성향 법관 모임에서 활동했다는 점 외에도 이석태 재판관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냈다는 점 등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중도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태죄 조항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명시적으로 내놓은 바 있어 위헌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 이들은 서·조 재판관 등 2명이고 이종석·이선애 재판관은 중도 보수로 분류되고 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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