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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北산림 황폐화로 여전히 식량부족…산림 협력분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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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북한은 '경제적 로켓'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당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담판 테이블에 앉은 이유를 보여준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급속한 시장화 흐름에서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대북제제 해제를 요구하고, 미국이 '경제부국'을 북한의 미래로 거론하는 이유다. 머니투데이[the300] 27~28일 제2차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북한 경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순서 ①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②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③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④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⑤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⑥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the300]북한경제 전문가에게 듣는다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⑥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은 수백만 명의 아사자를 낳은 식량위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최악의 식량 부족은 모면했으나 여전히 '증산'이란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머니투데이[the300] 인터뷰에서 북한이 아직 식량부족 국가이며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산림 황폐화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농업 생산력 제고를 강력히 원하는 만큼, 협력을 바랄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높은 분야가 농업과 임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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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남북 산림협력을 위한 정부의 현장방문단이 황해북도 황주의 122호 양묘장과 평양의 중앙 양묘장, 산림기자재공장을 방문하고 남북 간 실무협의를 진행했다고 14일 전했다. 남북은 이번 현장방문 결과를 토대로 북한 양묘장 현대화 사업 계획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남북산림협력 현장방문단이 방문한 평양 산림기자재공장 전경. (통일부 제공) 2018.12.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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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농업 증산을 강조했다.

▶북한의 농업정책 핵심은 식량 생산성 제고다. 식량의 토지생산성, 즉 핵타 당 몇 kg의 곡물을 생산하느냐를 기준으로 북한의 생산성은 남한의 70% 밖에 안 된다. 바꿔 말하면, 북한의 잠재 생산력이 높다는 얘기다. 식량을 수입하는 건 그 다음의 문제고 우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생산해야 한다.

북한 농업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식량생산성 증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식량생산성 향상이 더딘 이유는 ‘기반’이 안 갖춰져서다. 생산기반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산림황폐화다. 비료 부족도 문제다. 생산 시스템도 시장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단 생산이다.

-북한의 식량수급 현황은.

▶1990년대 중반에 큰 경제위기 닥치며 식량위기가 왔다. 생산량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1996~1998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공급량은 연간 350만 톤 이하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한 해 소비량이 최소 550만 톤이니 200만 톤의 부족량이 발생한 것이다. 경제위기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계획경제 시스템이 무너졌고 이를 계기로 시장화가 진척됐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아직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2000년대 후반 연 500만 톤까지 늘었으나 최근엔 485만 톤으로 감소세다. 북한 농업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한해 소비량에 못 미치는 생산량으로 식량 수급이 아직 불균형 상태다. 북한의 식량 부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식량공급이 2000년대 후반 이후 다시 감소하게 된 이유는

▶북한의 농업이 여전히 기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비료, 종자, 에너지, 농기계 등 생산 투입재가 잘 갖춰져 있으면 작황이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데 농업생산 투입재가 양과 질에서 모두 부족해 기상여건에 취약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화학비료 공급이 부족하다. 북한의 1년 비료 소요량은 15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3개년 평균은 연 70만 톤이 공급됐다. 수요의 절반이다. 유기질 비료가 채워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쉽지 않다. 또 관개 수리시설 확충에 역량을 쏟고 있으나 산림황폐화가 심각하다. 조금만 가물어도 홍수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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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2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베이징의 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참관하고 있다. 2018.06.21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 산림황폐화 심각…농업 생산성 제고 위한 1순위 과제>

-북한의 산림 황폐화 현황은.

▶식량위기 시대인 1990년대 농촌지역 주민들이 산을 마구잡이 개간하며 산림이 크게 황폐화됐다. 땅을 1평이라도 확보해 옥수수 등 식량작물을 기르게 됐다. 또 연료가 부족하니 우선은 산에 있는 나무를 뗄감으로 쓰고 나무를 벤 터를 개간해 농산물을 키웠다. 이런 면적이 점점 불어났다.

산림이 황폐화하면 비가 올 때 흑토가 쓸려 내려와 강바닥이 높아지며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 홍수가 나면 농업생산성이 떨어지니 또 산림을 개간한다. 자연재해의 악순환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 산림의 약 32%가 나지(산림이 벌겋게 벗겨진 상태)다. 북한 당국이 산림녹화에 정책 주안점을 둔 배경이다.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생산성 제고를 제한하나.

▶작년부터 농업에서도 자립경제가 강조되고 있다. ‘농민이 농사의 주인이다’라는 식으로 농민의 의사를 중시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강조하며 독립 경영 강화를 시사했다. 그런데 동시에 그 앞에 사회주의 관리원칙이란 표현을 꼭 붙인다. 한쪽에선 개혁을 얘기하면서 한쪽에선 아주 보수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회주의적 틀은 유지하며 농민의 효율성은 높이고 싶어 한다. 자율성을 너무 강화하면 사회주의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개혁을 강조하다 한쪽에선 체제변화가 가져올 혼란을 우려하는 듯하다. 현장에선 어느 쪽에 맞춰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안전한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독립 경영으로 효율성 제고가 되기 어려운 배경이다.

-지난해 평양공동선언 후 첫 남북 분과 회담이 산림회담이었다.

▶산림은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묘목이 많아야 하고, 북한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수종과 묘목을 공급해야 한다. 산림녹화에 필요한 자재도 있어야 하고, 산림병충해도 중요하다. 방제기술이나 약제 협력 등 굉장히 다양하다. 남북이 협의해 서로의 수요가 맞고 효율이 높은 쪽부터 할 수 있다.

-이 외 농축산업·임업에서 남북 협력이 가능한 지점은.

▶북한은 오랜기간 축산업도 강조해 왔다. 김정은이 야심차게 만든 강원도 세포지구 축산기지가 대표적이다. 이 곳은 북한이 세계 최대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세포축산기지는 북한이 2017년 완공했지만, 넓은 초지에 들여 올 가축이 없다. 규모에 걸맞는 종축장이나 연구소나 유통, 저장시설, 도축장 이런 것도 갖춰져 있지 않다. 북한은 그런 부분을 채우고 싶어 한다. 북한의 수요가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북한은 어느 분야나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가 현장과 결부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농업에서도 그렇다. 김정은이 중국에 갈 때마다 농업과학시설을 시찰하는 것도 그만큼 농업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거 보여준다. 농업 부분에서 북한이 매진한다는 건 그만큼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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