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키우며 자라는 아빠] 앙증맞고 노란 가방을 둘러멘, 나는야 ‘셔틀파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7시, 부시시 잠자리에서 일어난 서윤이(6세) 아빠 정용혁씨(37)에게 주어진 출근 준비 시간은 38분이다. 엄마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출근했다. 눈곱을 떼어 내고 뻗친 머리를 대충 정리한 아빠는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서윤이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다. 싸움에서 진 아빠가 생각해낸 방법은 유모차 수송 작전. 간신히 옷을 입힌 서윤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회사 셔틀버스 승차장으로 이동한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마드를 바른 헤어 스타일, 짙은 선글라스, 한 손에 카페 라테를,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스웨덴 아빠들을 ‘라테파파’라고 부른다죠? 정말 멋져 보이더군요. 하지만 제 현실은 완전 달라요. 검정 노트북 가방을 어깨에 메고 노란색 어린이집 가방을 손에 들고 회사 셔틀버스로 달려가는 저는 ‘셔틀파파’입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 정용혁씨가 셔틀파파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2016년 말이다. 늦게까지 집 근처 어린이집에 홀로 남은 서윤이가 안쓰러웠던 터에 아빠의 회사에 어린이집이 생겼다. 또 다른 대안이 생긴 셈이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친숙해진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 왕복 50킬로미터의 긴 출퇴근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음주를 즐기는 아빠의 저녁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하지만 정용혁씨는 결심했다. 멋진 스웨덴 아빠 라테파파는 될 수 없어도 좋은 아빠 셔틀파파가 되기로!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셔틀파파의 결정은 옳았다. 불규칙한 엄마의 스케줄에 따라 등하원시간이 들쑥날쑥했던 서윤이의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달려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직장 어린이집은 일하는 아빠 엄마를 위해 업무시간 이후의 행사도 마련해 준다. 짬짬이 시간을 내서 육아상담은 물론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윤이는 이제 셔틀버스의 인기스타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아침 인사하는 서윤이에게 준비했던 사탕을 건네준다. 서윤이와 함께하는 퇴근길도 행복하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로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에서 새로 핀 꽃들과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보게 된 것은 서윤이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