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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 미세먼지 내리막은 왜 멈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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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미세먼지 30년 역사와 쟁점들


15일부터 미세먼지특별법 시행
특별대책위원회 1차 회의도 열려

미세먼지 대체로 감소 지속하다
2012년 이후 정체에서 못벗어나
WHO 기준보다 한참 높은 수준

배출원 관리 쉬웠던 이전과 달리
미세, 초미세 먼지는 까다로워져

초미세먼지 2차 생성도 다량발생
‘다양한 오염원 관리 어떻게’ 골머리

‘중국 탓하기’와 긴급 비상대책에만
관심 쏟는 지금 분위기 한계 노출
평시 연평균 농도 낮추는 게 중요
휘발유차, 영세기업, 쓰레기태우기…
생활 주변 다양한 오염원 관심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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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대기에 가려 제 모습을 감춘 답답한 서울 시내의 전경, 그리고 코와 입을 가린 마스크는 이제 익숙한 우리의 풍경이 되었다. 심지어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미세먼지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2017년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마련된 데 이어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특별법 시행에 맞춰 이날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도 열렸다.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의 30년 역사를 돌아보았다.


“제2차 산업의 우렁찬 건설의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 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

1962년 2월3일, 5·16 쿠데타로 집권한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육군 대장이 울산공업단지 기공식에 맞춰 ‘공업탑’에 남긴 기념문이다. 이렇게 공장의 ‘검은 연기’가 가난을 물리치는 공업화의 벅찬 상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기념문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 <대기관리 정책 변천과 대기오염도 추이>(2003)의 저자인 나진균 당시 연구부장(현 대기환경학회 고문)은 1962년부터 네 차례 추진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우리나라를 중화학공업국가로 탈바꿈시키고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했지만 동시에 환경오염의 후유증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산업화 초기에야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우리 삶도 나아질 것이라만 생각했지, 사실 대기오염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고 관심 자체가 없었죠. 그러다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고 주민들한테 공해 문제가 생기면서 아황산가스와 같은 배출가스 오염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서울올림픽을 거치고 1990년대, 2000년대를 지나면서 대기환경 관리정책도 체계화됐고, 그러면서 가스 오염물질은 많이 개선됐지요.”

하지만 가스 오염물질과 달리, 입자 오염물질의 관리 대상 크기가 점점 더 작아지면서 대기환경 관리는 더욱 까다로운 난제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입자 오염물질의 대명사였던 총부유먼지(총먼지. 공기 중에 떠 있는 모든 입자)에서, 1995년 이후엔 ‘서울형 스모그’의 원인이었을 미세먼지(PM10, 10㎛ 이하. 1㎛는 1000분의 1㎜)로, 특히 초미세먼지(PM2.5, 2.5㎛ 이하)로 관리 대상이 작아질수록 대기환경 개선은 쉽지 않은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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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스모그 감소시킨 연료정책

“88년 서울올림픽은 대기오염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 큰 계기였지요.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서울 대기오염 상태를 크게 우려해 개선을 요구하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대기오염 모델링과 저감대책 같은 연구들이 시작됐으니까.” 당시 대학원 조교로 연구에 참여했던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1988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서울의 미세한 먼지들에 있는 발암성 물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아황산가스에 집중하던 대기오염 정책에 미세먼지(당시엔 총부유먼지)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당시 <한겨레>는 이를 ‘가는 입자의 먼지’라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미세먼지는 낯선 존재였다.

반면에 공장과 자동차에서 배출돼 코를 자극하고 식물을 죽이는 가스 오염물질들은 당장 줄여야 하는 집중 관리 대상이 되었다. 나진균 고문은 “올림픽위원회가 강하게 대책을 요구하니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줄 대책을 마련해야 했고, 고체연료나 고유황 연료의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게 됐다”고 회고했다. 자동차 홀짝운행제도 이때에 등장했다. 올림픽에 맞춰 맑은 서울 공기를 위해 자동차 홀짝제에 적극 참여하자는 신문 사설도 실렸다.

1990년대 들어 뿌연 스모그는 언론매체에 자주 보도됐다. 하지만 정체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1993년 한 신문은 거의 한달 내내 이어지는 서울의 뿌연 대기오염을 보도하면서 “아황산가스와 분진이 결합해 생긴 런던형 스모그나 자동차 배기가스 중의 오존이 햇빛과 반응해 생긴 로스앤젤레스형 광화학스모그”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한국형, 서울형 스모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한국의 대기오염은 전반적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며 나아졌다. 무엇보다 자동차, 공장, 난방의 연료에서 아황산가스와 일산화탄소를 줄이는 연료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전 대기환경학회장)는 이 시기에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된 데엔 “연료정책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황 성분을 줄인 저유황유의 사용을 확대하고, 천연가스로 연료를 대체하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기준도 강화했다. 고체연료의 사용도 규제됐다. 김 교수는 “후진국에 대기 질 정책 자문을 할 때 우리나라의 연료정책을 중요하게 꼽는데, 그만큼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2017 대기환경연보>(환경과학원, 2018)를 보면,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납, 벤젠 같은 오염물질은 환경기준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거의 사라진 상태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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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 내리막 멈춰

‘미세먼지’라는 말이 널리 쓰인 건 1995년 이후였다. 이전까지 대기오염의 주범은 먼지(입자)가 아니라 가스였다.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는 1980년대 내내 골칫거리였다. 황이 많은 벙커시유 같은 고유황 연료나 석탄, 목탄 같은 고체연료를 태울 때에 발생하는 아황산가스와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공해 문제가 됐다. 미세먼지는 1993년에야 정부가 대기오염 관리 대상에 처음 포함시켰고, 1995년 미세먼지 측정을 처음 시작했다. 이듬해에 발표된 미세먼지의 첫 측정 결과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안양·대구의 연평균 농도는 무려 83, 81㎍/㎥에 이르렀다. 서울(연평균 78㎍/㎥)의 측정지점 15곳에선 최다 46일 동안이나 일평균 기준 150㎍/㎥를 넘어섰다. 이후에 ‘미세먼지’라는 말은 분진, 미세한 먼지, 미세입자 등을 대신하는 정식 용어로 굳어졌고 신문 제목에도 등장할 정도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1995년 측정을 시작한 미세먼지의 오염은 연료정책과 자동차 배출 규제 덕분에 덩달아 꾸준히 낮아졌다.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 변화를 보면, 1995년 이래 계속 낮아지다가 몇해 동안 다시 높아졌으나 2002년 이후 10여년 동안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줄곧 낮아지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2년(서울 41㎍/㎥)을 기점으로 더 이상 낮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동술 교수 연구실이 1989~2015년에 걸쳐 장기 측정한 초미세먼지 데이터에서도 연평균 농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동안 낮아지는 추세(그래프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 변화’ 참조)를 보이다가 다시 상승과 정체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몇년 동안 왜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기오염 개선에 한몫했던 기존 정책들이 미세먼지 농도를 더 낮추는 데엔 그것만으로는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레 제시했다. 연료와 대형 오염원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 농도를 현 수준 이하로 끌어내리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될 후보 물질의 다양하고 작고 많은 발생원을 파악해야 하기에 일괄 관리했던 이전 방식과는 다른 성격의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염도를 어느 정도 낮춘 상태에서 더 낮추는 데엔 이전과 다른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장영기 수원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높은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낮추는 과정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현 수준에서 더 낮추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0년을 통틀어 보면 미세먼지는 대체로 개선돼왔지만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연평균 20㎍/㎥)에는 한참 먼 상태다. 게다가 농도 관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미세먼지의 위해성분 관리는 아직 체계화하지 않고 있었다. 장영기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는 낮더라도 디젤 미세먼지 같은 성분이 많다면 위해성에선 문제가 될 수 있어 오염물질별로 위해성을 달리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미세먼지의 위협…커지는 불안

미세먼지 정체의 시기는 국민들 사이에서 미세먼지의 불안이 커진 시기와 겹쳐 있었다. 신문매체들을 통합검색해보면, 2013년 이후에 미세먼지 보도는 몇배로 크게 늘어났으며, 특히 중국 영향에 대한 관심도 자주 다뤄졌다. 2013년 무렵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민감해진 이유는 무얼까?

우선 세계보건기구가 2013년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와 보도가 많아졌다. 더욱이 2013년부터 미세먼지 예보제가 시범시행되고 2014년 이후에 본격 시행되어 기상예보처럼 날마다 미세먼지 정보를 접하면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졌다.

쉽사리 줄지 않은 초미세먼지가 뿌연 대기를 만드는 날이 이어지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과 불만도 커졌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의 장임석 센터장은 “우리 눈에 대기가 뿌옇게 보이는 시정장애는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아 빛의 산란(빛의 흩어짐) 효과를 더 크게 만드는 초미세먼지 탓”이라며 “초미세먼지의 고농도 일수가 전국적으로 눈에 띄게 줄지 많아 뿌연 날도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빛의 산란 효과는 0.5~1㎛ 크기의 초미세먼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2015년부터 공식 측정된 초미세먼지는 갈수록 미세먼지 관리정책에서 점점 핵심이 되고 있다. 인체 건강에 끼치는 나쁜 영향이 초미세먼지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장임석 센터장은 “미세먼지(PM10)는 폐 이전에 코와 기관지에서 대부분 걸러지는데, 초미세먼지(PM2.5)는 폐 안에 깊숙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 위해하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하지만 문제는 초미세먼지 관리가 더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난제는 ‘2차 발생 초미세먼지’이다.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이 가스 상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 광화학반응으로 입자가 되고 암모니아와 같은 물질과 결합하면 이때부터 안정된 ‘2차 생성 초미세먼지’가 된다. 그러니 관리 대상은 더 많아지고 더 많은 갖가지 배출원을 찾아야 해 대기오염 해법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장영기 교수는 “암모니아가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같은 원료물질을 초미세 입자로 만들기에 암모니아 관리는 점점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우 다양한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를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에선 미세먼지에 가려 있는 오래된 대기 오염물질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장영기 교수는 “미세먼지 때문에 관심이 덜하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오존 농도를 주시해야 한다”며 “미세먼지만 강조할 게 아니라 다른 유해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대기오염 종합대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7 대기환경연보>를 보면, 현재 환경기준이 있는 관리 대상 오염물질 8개 중에서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납, 벤젠은 2017년 현재 환경기준 달성률 100%를 이뤘지만 오존은 255개 모든 측정소에서 환경기준(8시간 기준 0.06ppm)을 넘겨 달성률은 ‘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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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국내 발생원엔 무심?

“몇해 전부터 미세먼지 우려가 커지면서 마스크 착용과 공기청정기 구입 열풍이 번졌지만, 정작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문제인식은 미미하고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찾기 힘들어요. 언제까지 ‘위험하니 피하세요’ 식으로 대응할 텐가요. ‘중국 탓’ 프레임도 마찬가지예요. 중국발 미세먼지를 핑계로, 국내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식의 주장으론 이 문제가 안 풀려요.”

장재연 교수는 중국 책임론이 우리의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데 무용하다는 주장을 몇해째 계속 하고 있다. 많은 반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영향에 관심을 쏟다 보면 국내 대책은 무기력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게 장 교수 경고의 핵심이다. 사실 중국이 국내 미세먼지 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학계에서도 대체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중국 미세먼지 배출량의 최신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환경과학원이 밝힌 ‘중국 영향 평상시 30~50%, 고농도시 60~80%’의 수치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관리에 대한 무관심은 정부 정책에서도 나타났다. “2013년 7월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공원에 가족 단위의 바비큐 시설을 허용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어요. 지금도 기억하는데 같은 날에 중국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으로 베이징 시내의 바비큐 시설을 규제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지요. 다들 미세먼지를 강조하지만 우리 주변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해 위정자조차 무관심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김동술 교수)

미세먼지 배출원은 매우 다양하다. 자동차, 발전소, 공장뿐만이 아니다. 고등어를 구울 때, 야외 바비큐를 즐길 때, 쥐불놀이를 할 때, 폭죽 불꽃놀이를 할 때에도 많은 미세먼지가 생겨난다. 작은 것들이 모여 규모가 커지면 농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2017년 4월2일, 롯데월드타워 개장 기념으로 불꽃축제가 열리던 날에 미세먼지 농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대기오염정보 공개사이트인 ‘에어코리아’(airkorea.or.kr)를 검색해보았다. 이날 롯데월드타워에서 2㎞ 떨어진 대기질 관측지점에선 불꽃축제가 시작된 밤 9시에 각각 88㎍, 51㎍/㎥이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1시간 뒤인 밤 10시에 114㎍, 75㎍/㎥로 급격히 높아졌다. 같은 시각 서울역 앞의 농도는 68㎍, 48㎍/㎥였으니, 급격한 고농도 현상은 불꽃축제의 효과로 여겨진다.

바람 세기와 방향이 적당하면 적은 양의 미세먼지는 흩어지겠지만, 따뜻한 공기가 지상 쪽의 찬 공기를 누르는 ‘기온역전’이 일어나고 대기 정체까지 겹치면, ‘덮개를 덮어둔 것과 같은’ 효과로 미세먼지는 적은 양이 차곡차곡 쌓여 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르는 이런 기상 상태에 대비해 평시에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더욱 중요해진다.

오염 내리막 다시 만들려면

지난해 제정된 미세먼지 특별법(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15일 시행에 들어갔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의를 열어 2022년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2018년 61일)를 40일로 줄이는 등의 계획을 논의했다. 2022년까지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2017년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이어 특별법이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중심 법안이 될지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역사를 지켜본 연구자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내리막에 들어서려면 획기적 해법이나 비상대응조처에 앞서 다양한 배출원을 찾아내고 일상적인 관리와 점검을 체계화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재연 교수는 “연료정책과 규제 기준을 강화하고 대형 업체들이 따라오도록 해서 대기오염을 줄였던 시대와는 조건이 달라졌다”며 “다양한 배출원들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염도를 지금보다 더 떨어뜨리는 건 이전 정책보다 더 어려운 일이에요. 어찌 보면 그게 어려우니까 지금까지 피해간 거죠.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 영세기업, 자영업에 대해서도 관리대책을 정부 지원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2차 생성 초미세먼지의 원료물질도 관리해야 하고요. (축사 등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관리도 중요합니다. 경유 자동차뿐 아니라 휘발유 자동차의 이용도 줄여야 합니다. 전기값이 오르겠지만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로 바꿔야 하고, 야외 쓰레기 태우기도 막아야 하고, 오토바이, 선박도 관리해야 하고….” 그는 “한때 최악의 대기오염을 겪은 선진국들도 이런 체계를 갖추며 지금의 대기환경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국민 공감대를 넓히는 ‘위기관리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술 교수는 이와 함께 “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은 있지만 배출기준이 없다”며 “사업장의 배출기준이 이미 폐기된 총부유먼지(TSP) 기준일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영기 교수는 “일부 정치권에선 획기적 대책을 찾겠다는 의욕이 앞서 대형 집진기 설치나 인공강우 실험 같은 비경제적이고 비과학적인 대책을 제안하기도 한다”며 “이미 나온 대책들이 현장에서 잘 이행되도록 점검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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