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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Health Journal] 腸이 안 좋으면 치매 잘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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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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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수의료연구센터는 지난달 30일 장내(腸內) 환경이 인지증(치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치매 환자는 장내에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세균이 적었고, 치매가 없을 경우에는 많은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장수의료연구센터는 "이번 연구로 식생활과 영양 상태 개선을 통해 치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3월부터 1년간 건망증으로 외래진료를 받은 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배변세균의 DNA를 추출해 장내세균 집합체(플로라·flora)를 분석한 뒤, 데이터 정량화가 가능한 69~81세 128명을 추려내 치매와 장내 환경의 역학 관계를 추론했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 식물성 물질을 인체에서 사용 가능한 당으로 분해하는 세균이다. 박테로이데스가 많은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질환 발병률이 10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박테로이데스가 적으면서 유해균이 많은 사람은 질환 발병률이 18배나 높았다. 이처럼 장 건강은 치매와 같은 중증 질환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장(腸)에는 500가지가 넘는 장내세균이 100조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속에 살고 있는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이 깨지면 암이나 감염증, 변비, 설사, 피부 거침, 과민성 장 증후군,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우울증과 같은 온갖 질환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장내에 존재하는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익균이 유해균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경우 장내세균은 일부 개인 차이가 있지만 중간균이 약 70%, 유익균과 유해균이 각각 15%씩 존재한다. 세균을 무게로 치면 1㎏ 정도라고 한다. 장내세균이 살고 있는 대장은 뇌와 이어진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이 때문에 대장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뇌가 불안, 초조, 압박감과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면, 이는 곧 자율신경을 통해 순식간에 대장으로 전해져 변비나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미국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숀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했다. 위장, 소장, 직장 등 장에는 신경세포가 약 1억개, 뇌에는 약 150억개가 있으며, 장과 뇌는 약 2000가닥의 신경섬유로 연결돼 있다. 뇌의 이상은 장에, 장의 이상은 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장 상태와 변 모양은 먹는 음식물에 따라 바뀐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일생은 입,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 항문을 거쳐 마무리된다. 식도는 인두(咽頭)에서 위까지 음식물을 전달하며, 약 25㎝ 길이에 직경 2㎝ 넓이의 근육관(管)으로 구성돼 있다. 식도는 원래 쪼그라져 있다가 연하로 음식덩어리가 넘어오면 열린다. 음식물을 저장하는 밥통인 위(胃)는 약 1.5ℓ(1500㎖) 크기로 오른쪽 아래로 처진 듯한 J형 모양을 하고 있다. 위 두께는 3~8㎜이며 위장 구조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4개층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 내시경을 통해 보는 위(장)는 위점막 내부의 표면뿐이다. 위에는 약 3500만개의 무수히 많은 분비세포가 있다. 위는 한 끼 식사를 할 때마다 약 1ℓ, 하루에 최대 5ℓ의 위액을 분비한다. 소장은 약 6~7m쯤 되며 직경은 2.5㎝이다. 소장의 벽에는 융모라고 불리는 손가락 모양의 돌출된 털 주름이 있고 이곳을 통해 영양분이 흡수된다. 남은 음식물은 대장으로 흘러가 물, 염분 등이 흡수되면서 바나나 모양의 딱딱한 변으로 변하게 된다. 대장은 평균 길이가 평균 1.5m에 달하고 직경은 6.5㎝쯤 된다. 대장은 5~10㎝의 맹장(충수돌기·오른쪽 복부 밑)에서 시작해 올라가는 상행결장, 상복부를 가로지르는 횡행결장, 왼쪽 복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하행결장 및 에스(S)결장으로 나뉜다. 직장은 에스결장으로부터 연결되고 대변을 저장하는 곳이다. 직장은 길이 약 15㎝, 지름은 4.5㎝이다.

보통 음식물 소화는 4~12시간 걸리며 과일이 가장 빨리 소화되고 고기는 오래 걸린다. 음식물이 소화를 거쳐 변의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약 15~24시간 걸리지만 어떤 사람은 2~3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이 건강한 성인 남녀 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식사에서 배변까지 평균 53시간이 걸렸다. 입을 통해 들어온 음식물이 대장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0시간이었으며 남성 33시간, 여성 47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먹었던 음식물이 평균 33시간 만에 배변으로 나왔다. 서양 사람들이 주로 육식 중심의 식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탄수화물을 주로 먹는 동양인들의 배변 시간은 이보다 훨씬 짧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물 소화는 일반적으로 지방질 7~8시간, 단백질 5~6시간, 식이섬유질 3~4시간, 탄수화물 1~2시간이 걸린다. 설 명절을 맞아 고단백·고지방 음식을 먹고 소화불량이나 변비로 고생했다면 이는 음식물 소화 시간과 관련이 있다.

일본 소화기질환 명의 무라타 히로시 박사('장이 살아야 내 몸이 산다' 저자)는 "음식물을 먹고 시간이 흐르면 변이 되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말 신비롭다"며 "장이 건강해야 우리 몸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면역학자 오쿠무라 고우는 "젊음과 건강은 나이가 아니라 면역력에 달려 있다"며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70%가 장에 있기 때문에 장 건강이 젊음의 척도"라고 말했다.

운동을 게을리한 것도 장은 잘 인지하고 있다. 봄이 시작되는 3~4월께 변비, 소화불량, 위장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주된 이유는 겨울 내내 춥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육식 위주의 기름진 식사와 잦은 술자리를 즐기기 때문이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소화기센터장은 "최근 식습관 변화, 운동 부족,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한 변비, 치질, 대장암 등 장 관련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장 건강의 상태는 크게 △가장 좋은 장 △좋은 장 △의심스러운 장 △위태로운 장 △가장 열악한 장 등으로 나눌 수있다.

가장 좋은 장은 유익균이 많고 장 점막도 아름다우며 기능이 원활해 매일 아침 골든타임에 잔변감이 없는 변을 보고 오래된 변을 담고 있지 않다. 골든타임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30분 안에 변을 보는 것을 말한다. 좋은 장은 유익균이 우세한 매우 평균적인 상태로 방심은 금물이다. 좋은 장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정해진 시간에 배변을 보지 못하고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의심스러운 장'은 생활 습관이 흐트러진 사람들의 장으로 운동과 함께 음식물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태로운 장'은 유해균이 차츰 번식 중인 위험 상황으로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늘 어깨가 결리는 증상이 있다. 또 야채류를 거의 먹지 않고 육류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게서 위태로운 장이 많다. 장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사람은 '육류 한 입에 야채 다섯 입'의 비율로 먹어야 한다.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장 열악한 장'은 피부 트러블이 잘 생기고 남성은 채취나 입 냄새가 심하고 아랫배가 심하게 나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깨가 늘 결리고 두통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장이 열악한 사람은 내시경 검사와 함께 장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장 건강은 식생활에서 출발한다. 육류와 채소류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탄수화물 50%, 단백질 30%, 지방 20%가 가장 이상적이며, 지방은 12% 이상을 등 푸른 생선과 같은 불포화지방으로 구성하라"고 조언한다.

음식물 섭취는 배변 색깔과 모양으로 나타난다. 가장 이상적인 변의 색깔은 황토색에서 짙은 갈색이며, 형태는 바나나와 같다. 이 같은 변은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채소류나 해조류, 버섯류 등이 만들어낸다. 이들 식재료는 소화되기 어려운 음식물로 결국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장을 통과하면서 저절로 변의 부피가 증가한다. 게다가 수분도 적당히 함유하고 있어 좀처럼 변비에 걸리지 않는다. 저녁 식사는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까지 마치고 출출해도 간식을 가급적 자제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칼로리가 낮은 음료를 섭취한다. 아침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 먹도록 한다.

운동은 장운동을 활발히 하여 배변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몸이 따뜻해지고 장운동이 촉진된다. 장운동에 좋은 운동은 걷기나 줄넘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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