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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포괄임금제 졸속개편 최저임금 再版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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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이 제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려는 정부의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8%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했고 직군별 채택률을 보면 일반 사무직이 94.7%로 가장 높으며 영업직 63.7%, 연구개발직 6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종에 한해 시간외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문제는 정부가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 섣불리 현실정책화하면 기업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다는 점이다. 포괄임금제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주가 예외 적용을 남용하는 바람에 근로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보상 없는 근로에 노출돼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방지할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상 예외를 악용하는 사례가 없을 수는 없다. 많은 시간을 일하고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조리는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포괄임금제 개편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경연 조사에서 보듯 포괄임금제는 이미 사무직 같은 화이트칼라에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포괄임금제 도입 사유를 보면 응답기업 10곳 가운데 8곳이 ‘근로시간 측정 곤란’을 꼽았다. 실제로 화이트칼라는 생산직과 달리 근무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지도 않거니와 임금결정 요인이 근로시간만인 것도 아니다. 영업직은 더욱 그렇다.

포괄임금제 개편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타격을 더 받는다. 대기업은 이미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간데다 추가 근로에 대한 임금보전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되레 시간 외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거나 인력채용을 꺼리는 부작용마저 우려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그랬다. 선의의 정책이라도 노동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살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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