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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출 다변화·CPTPP 가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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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교수·통상법

반도체·中수출 의존 벗어나고

무관세 해외 영토 확대 나서야

기업 투자 늘고 내수 살아날 것

서울경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 5.8%나 감소했다. 올해 연간 수출은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효자종목인 반도체에서 중국이 양산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5% 자동차 보복관세까지 부과된다면 우리 수출은 대책 없이 무너진다. 내수는 더 큰 문제다. 투자가 마이너스 상태이니 고용이 안 되고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금융규제로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니 기업 매출은 감소하고 정부 성장정책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상실됐으니 경기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불황을 타개하려 하나 이자율 상승 압력을 야기해 민간소비와 투자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국내 물가상승률은 1.5%로 떨어졌다. 저성장 상태에 진입해 물가가 안정된 주요7개국(G7)의 평균 물가상승률인 2.1%보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 물가상승률과 반대로 서민 생활물가인 식료품·가정용품·음식숙박 물가는 2~3%나 올랐다. 그동안의 경기부양책이 먹히지 않고 있고 저물가 시대가 오히려 서민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업과 소비자를 포함한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계속 떨어져 89.3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 그쳐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5년 3.66%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오는 2025년 2.6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상승하는데 말이다. 청년실업률은 10%대로 일본의 장기침체 시작 시점의 5~6%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GDP 대비 95%로 1990년대 일본의 84~90%보다 높다. 모든 수치가 한국 경제의 위기 경고음을 울리고 있기에 이제는 종합적 대처방법을 논할 때다.

정부는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반도체 및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조속히 추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방을 이룬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이 주는 새로운 기회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PTPP의 누적원산지 규정은 11개 회원국 간에 서로 부품과 원료 조달시 무관세 혜택을 부여해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원료 조달 방식으로 생산 라인을 구축해 새로운 경쟁우위 품목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수출품목을 다양화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CPTPP인 것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글로벌 수입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의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정도로 우리 경제의 중국의존도는 높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이 실질적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의 성과를 낳도록 진력해야 한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구조개혁으로 체질을 바꾸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최근 청와대까지 나서 기업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민관이 협력해 장기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다시 살려내야 건전한 해외 자본이 다시 한국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게 되고 한국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국내 투자를 늘리게 된다. 그러면 고용이 늘어나고 소비가 진작돼 내수기반이 확충된다. 노동개혁이 중요한 국정 이슈이기는 하나 지금처럼 위기 국면에서 올인할 이슈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이런 부양책을 썼고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 각종 경제지표가 상승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이념적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고려한 수단으로 유지하고 운영하는 관행부터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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