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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제 본궤도에 올랐는데"…대우조선 직원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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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뿌리는 울산…장기적으로 경남 협력업체들은 바뀔 것"

"인수과정에 지역 입장 대변할 김경수 지사 없어 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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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골리앗 크레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한마디로 '멘붕'입니다. 이제 좀 회사가 본궤도에 올랐는데…"

지난 설 전 현대중공업 그룹(이하 현대중공업)의 인수 소식에 이어 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확정됐다는 12일 언론 보도에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 직원들의 말이다.

이날 점심 무렵 외출한 옥포조선소 한 직원은 "수년에 걸친 구조조정, 임금삭감을 버티고 흑자를 내는 등 회사 사정이 좀 나아질까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동종업계 경쟁자였던 현대중공업에 회사가 넘어간다고 하니 다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허탈해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야드가 3곳이나 있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2위 조선기업인 대우조선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동종업계 세계 1위 기업이다.

조선업계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데다 대우조선해양과 사업구조가 일부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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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회사 직원들과 거제시민들은 산업은행이 매각 이유로 밝힌 '빅2 체제로 조선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보다 앞으로 닥칠 구조조정 가능성을 두려워했다.

옥포조선소 다른 직원은 "두 회사를 독립체제로 둔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대로 믿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생산은 물론이고 영업, 구매, 조달, 인사 등 모든 부분에서 겹치는 부분은 틀림없이 정리하게 될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현대중공업이 인수자로 확정된 만큼, 본계약 체결 전까지 매각반대 투쟁을 강화하겠다"며 "18∼19일 예정인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는 13일 지역 사회단체, 정당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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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조선소 드릴십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2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야드에 드릴십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2019.2.12



대우조선 협력업체들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은 핵심 조선 기자재를 자체 생산하는 현대중공업 그룹과는 달리 엔진, 프로펠러(추진기) 등을 외부에서 조달한다.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대우조선 핵심 협력업체 수백곳이 포진해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대우조선을 정점으로 하는 부산·경남지역 조선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대우조선 협력사 한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뿌리가 울산이다. 기존 협력업체들과의 관계가 우선일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행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다른 협력업체 대표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된 상황에서 대우조선 인수가 추진 중인 점을 걱정했다.

이 대표는 "김 지사가 법정구속된 후 대우조선 인수 건이 터졌다"며 "인수과정에서 경남과 거제시 등 지역사회 입장, 대우조선의 입장을 대변할 수장이 없는 점이 더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조선이 흑자를 내는 등 정상화를 했는데 굳이 인수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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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도 또다시 찬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을 경계했다.

상문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알맹이만 빼가고 빈 껍데기만 남길 가능성을 시민들이 가장 우려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옥포조선소 직원이나 거제로 출장 온 직원들이 자주 들르는 거제 장승포동의 한 식당 주인은 "조선소가 잘될 때는 아침 식사 손님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손님이 줄어 참 어렵다"며 "손님이 더 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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