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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일왕, 위안부에 사죄” 문희상 발언에 日 네티즌 “역린을 건드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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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해 시설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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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일왕의 직접 사죄를 통해 풀자고 제안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이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인 일왕(일본에선 천황)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10일 일본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일본 매체들은 “양국관계에 다시 악재가 터졌다”고 우려했고, 문 의장의 인터뷰눈 한·일 양국의 또다른 외교 쟁점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의장 발언 관련 기사는 최대 뉴스 포털인 야후 국내 면에서 네티즌들 사이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블룸버그 인터뷰에 따르면 문 의장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 마디면 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 혹은 나로서는 곧 퇴위하는 일왕이 (사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을 방문 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본래 의도와는 다른 보도라고 한국 측으로부터 설명이 있었다”고 소개한 뒤 “발언에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노 외상의 한마디가 교도통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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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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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외무상 발언을 다룬 교도통신의 야후 사이트 기사에는 11일 오후 5시 현재 문 의장과 한국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내용 위주로 수천 개 댓글이 달렸고, 일부 댓글에는 수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 중에는 “(일본 정부는) 유감 표명만 하지 말고 실력행사를 해야 한다”, “덴노 헤이카(天皇陛下·천황폐하)에 대한 언급은 (일본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 “조심해줬으면 하는 수준이 아니다. 큰 문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유감 표명으로 끝내면 일본은 나라가 아니다”라거나 “무례가 지나친 언동” “일본에 사무라이 정신이 있음을 기대한다”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마이니치 신문도 “양국간 화해를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만, (일본 헌법상 정치관여가 금지된) 일왕의 정치적 이용을 부추기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비판을 부를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일왕은 1868년의 메이지(明治) 유신을 계기로 최고 권력자 겸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후 1948년 맥아더 장군의 압력으로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국민들 앞에서 “나는 인간이다”라고 이른바 ‘인간 선언’을 하기도 했다.

현행 일본 헌법은 일왕의 지위에 대해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이며, 그 지위는 주권을 갖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입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 의장측은 이 신문에 “인터뷰에 동석한 사람에게 확인해보니 문 의장은 일왕을 ‘전쟁 당시 일왕의 아들’이라고 말했다”며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부인했다고 한다.

문 의장측은 “일왕이 (과거)한국 방문 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사죄하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겠냐는 게 문 의장 발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편 지난 2012년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면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저질렀던 악행과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해 양국간 관계가 냉각된 바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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