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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개혁 보수의 ‘오래된 미래’ 오세훈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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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51)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 선언

1990년대 일조권 피해보상 끌어낸 환경 변호사

2004년 총선 불출마 선언하고 ‘오세훈 법’ 주도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서울시장 사퇴

이념 노선과 정책 대안 놓고 치열한 논쟁 필요

복당파 득표율 낮을 땐 자유한국당 수구세력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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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보수 정치인으로서는 매우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몇 가지 열쇳말이 있습니다.

첫째, ‘환경 변호사’입니다. 그는 1990년대 변호사 시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일조권 침해 피해보상 판결을 받아낸 변호사였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시민상담실장과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을 지내며 환경 변호사로 맹활약했습니다. 덕분에 방송 진행을 맡고, 광고에 출연하는 등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둘째, ‘정치개혁의 상징’입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이던 2004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개혁 법안들을 발의해 통과시켰습니다. ‘오세훈 법’의 탄생입니다. 국회의원 지구당 사무실을 폐지하고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지금도 국회의원들이 ‘오세훈 법 이전’과 ‘오세훈 법 이후’를 구분할 정도입니다.

셋째, ‘서울시장’입니다. 그는 2006년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로 차출돼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여러 업적이 있지만 특히 서울시의 청렴도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2010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2011년 서울시의회와 무상급식 조례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제안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사퇴했습니다.

그 뒤로는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종로에 출마해 정치적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고, 2017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참여했습니다. 2018년 2월에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반대해 바른정당을 탈당했다가, 11월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습니다.

이 정도 화려한 경력이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 초반 판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어렵겠다”는 말을 드러내놓고 할 정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자유한국당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2011년 서울시장 중도 사퇴가 가장 큰 악재입니다.

자유한국당 당원들은 2011년 오세훈 시장 사퇴로 치러진 10·26 재보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괜히 시장직을 거는 바람에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텔레비전에 박원순 시장이 나오기만 하면 반사적으로 오세훈 전 시장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둘째, 진정성에 대한 의심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스타일리스트입니다. 화려한 이력만큼 멋진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인기투표에서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화려한 이력과 멋진 외모 때문에 “겉으로 보기보다 내용이 부실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계속 따라 다닙니다. 역설적이지요?

셋째, 이른바 복당파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자유한국당 열성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탈당했다가 돌아온 정치인들에 대해 일종의 ‘정서적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복당파 중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과 주호영 의원이 나섰는데, 예상대로 두 사람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으로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런 부정적 평가가 무척 억울할 것입니다.

2011년 무상급식 조례안 논쟁은 여당의 ‘선별적 복지’ 철학과 야당의 ‘보편적 복지’ 철학이 정면으로 충돌한 건곤일척의 승부였습니다. 이른바 보수를 표방하는 세력이라면 서울시장직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걸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외면했습니다. 서울시장 자리를 날린 것은 오세훈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의 잘못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그 뒤에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겼습니다. 이른바 보수가 무너진 원인을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에서 찾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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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이력과 외모도 사실은 ‘질투 여론’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해 나이가 많은 남자 의원들이 인간적으로 어떤 감정을 갖겠습니까? 오세훈 전 시장의 어느 선배는 경상도 사투리로 “가아는 판때기라”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 사람은 외모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환경 변호사, 오세훈 법, 재선 서울시장으로 쌓은 그의 여러 가지 업적은 허상이 아닙니다. 이른바 보수 정당 안에서 일찌감치 ‘환경’이나 ‘정치개혁’이라는 진보적 의제로 업적을 낸 사람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외에 또 누가 있었던가요? 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개혁 보수, 개혁적 보수의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혁 과제들을 실천한 매우 특이한 보수 정치인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했던 전력도 그렇습니다. 당시 80% 정도의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습니다. 자유한국당에 남아서 탄핵에 반대한 정치인들이나 탈당하지 않고 탄핵소추안에 찬성투표를 했던 정치인들이 보수의 재건을 위해 당을 뛰쳐나갔던 정치인들을 이제 와서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자신에 대한 이런 부정적 평가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의 출마 선언문에는 그의 복잡한 심경이 잘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길지 않으니 한번 차분히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미 읽어보신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정권탈환, 오세훈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 -

존경하는 자유한국당 당원동지 여러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1년 9개월 만에 문재인 정권은 우리 대한민국을 중환자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김정은의 대변인 같은 대통령의 처신에 국가 안보는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탈원전 정책 등 아마추어 경제실험으로 빈곤층은 몰락했습니다. 김태우·신재민, 양심적 내부고발자에 의해 정권 부패는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통령 딸 가족은 해외로 이주하고, 영부인 절친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에 최측근 김경수 지사 실형까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그래서 오늘, 저 오세훈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무능한 ‘과속·불통·부패 정권’을 심판하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합니다. 단일대오의 보수 대통합과 혁신을 이뤄내 내년 총선에서 저들을 응징하고, 그 힘으로 정권을 탈환하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냉혹합니다.

불과 8개월 전 일입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서울, 경기,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 ‘궤멸적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정권은 우리를 영원히 침몰시키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 왔습니다. 공적 영역은 물론이고, 언론, 사법, 교육, 노동을 막론하고 국가 전 분야에 자기들과 코드를 맞춘 세력들을 광범위하게 포진시켰습니다. 심지어 김경수 지사가 구속되자, 양승태 대법원장 협조자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 100명을 교체하겠다는 망언이 민주당 대변인의 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가히 한국판 ‘문화혁명’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저 막연한 분노만으로 저들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비현실적 감상주의는 내다 버립시다. 김경수 법정구속 법원판결에서 보듯, 부정 선거로 탄생해 정통성마저 의심받는 정권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들은 ‘20년 장기 집권’을 말하며, 철옹성을 쌓으려 합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국적인’ 국민들의 지지입니다. 설령 영남의 65석을 석권한다 하더라도 수도권의 122석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의 희망인 “정권탈환”은 한낱 꿈에 머물 것입니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유한국당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새로운 변화는 우리의 철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서울시장 시절, 망국병인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더 치열하게 싸워 이겼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지금 저들이 무차별 살포하고 있는 세금 포퓰리즘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인데,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한꺼번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점,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반성합니다. 그러나 공평이란 이유로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사회’는 지금도 반대합니다.

우리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자 한 사람을 중심으로 권력을 좇아, 편 가르고 싸워왔던 구태정치의 과거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로 나뉘어 싸워왔던 지난 10여년부터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 당에 덫 씌워진 “친박 정당”이라는 굴레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제가 무상 포퓰리즘에 맞서 모든 것을 다 걸고 싸울 때, 그다음 해 치를 총선과 대선을 의식, 이 포퓰리즘 반대 운동에 나서지 않고 숨어버렸던 정치인들의 보신주의와 비겁함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합니다.

용기를 내어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국민적 심판이었던 “탄핵”, 더는 부정하지 맙시다. 지난 2006년 커터 칼 테러를 당하면서도 저를 지원 유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안타까움이야 저 오세훈인들 그 어떤 분들보다 덜 하겠습니까? 그러나 의리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 국민입니다. 불행히도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바람에 큰 실망을 안겨드린 게 사실입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게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합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난파된 당을 두 번이나 구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할 수 있어야 보수정치는 부활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일가가 뇌물 수수 의혹을 받자, 스스로 “나를 버리라”고 했습니다. 그런 결기가 없었다면 폐족으로 불렸던 그들이 지금 집권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제 박근혜, 이름 세 글자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의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박근혜냐, 아니냐”의 논쟁으로 다음 총선을 치르기를 민주당은 내심 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 가는 순간 총선은 참패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사람’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미래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무너져 내린 이 땅의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첫걸음은 바로 이렇게 우리의 과거를 냉철히 반성하고, 환골탈태하여 가치와 비전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람 대신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굳건히 세워야 합니다. ‘정직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 ‘유능한 보수’ ‘따뜻한 보수’로 변했다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릴 수 있어야 국민들께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공정한 사회, 공존하는 사회, 공감하는 사회”를 건설해야만 대한민국호는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이번 전당대회여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보수우파만의 지지를 넘어 침묵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의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말입니다. 우리의 주장이 바람직하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판단해 주십시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국민 여러분,

제가 국회의원직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실천한 “오세훈 표 정치개혁”은 바로 “돈 쓰는 정치, 부패 선거”의 퇴출이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시 우리 정치에서 “패거리 정치의 청산”을 위해 나서고자 합니다.

저, 오세훈, 과감한 개혁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기초부터 다시 세우겠습니다.

당 조직 전체가 개혁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고, 국민들 앞에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당 체질부터 강화하겠습니다. 이는 정치 초년생이 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닙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는 결코 “누리는 자리”, “영광의 자리”가 아닙니다.

국민들로부터 한때 외면받았던 당을,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다시 재건하는 “헌신의 자리”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희생하며 정권탈환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한 후보”에게 기회를 한번 줘 볼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가 한가하지 않습니다. 이미 기회를 잡았지만, 처참한 패배를 자초한 분에게 다시 맡길 수도 없습니다. 다음 총선은 ‘문재인 심판’이 되어야 이깁니다. 제1야당 대표의 흠결이, 불안한 과거나 그로 인해 연상되는 프레임이 심판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는 또 방어를 거듭하다 패배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분명히 보이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분들이, 총선·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 오세훈, 말해야 할 때는 분명히 말합니다. 행동이 필요할 때는 행동합니다.

서울의 49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 당 후보가 당선돼 본 적이 없던 유일한 곳이 “광진을 선거구”입니다. 당의 요청으로 저는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제가 앞장서서 내년 총선을 수도권 압승으로 이끌겠습니다. 그리고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정치, 유능한 정치, 미래지향의 정치”를 실현해내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가 다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감히 말씀드립니다. 총선 승리, 정권탈환만큼은 오세훈이 가장 잘할 수 있습니다. 오세훈이 진짜입니다. 맡겨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출마선언 내용 가운데 “‘정직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 ‘유능한 보수’ ‘따뜻한 보수’로 변했다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릴 수 있어야 국민들께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라는 대목을 이번 메시지의 핵심으로 읽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한 후보’, 홍준표 전 대표를 ‘이미 기회를 잡았지만 처참한 패배를 자초한 분’이라고 규정하며, 자유한국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은 오세훈 전 시장 자신뿐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두 가지 관점에서 관찰할 생각입니다.

첫째, 후보들 간에 치열한 노선 투쟁이 벌어지는지 여부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색깔론 이외에 의미 있는 이념 노선이나 정책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선과 정책이 없는 정당은 미래가 없습니다.

각 후보는 한반도 평화와 민생경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어떤 이념 노선과 현실적 정책 대안을 가졌는지 드러내놓고 논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혁신을 다시 한 번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의 재건을 다시 한 번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수의 혁신과 재건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둘째, ‘합리적 보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세훈 주호영 후보의 득표율입니다.

두 사람이 현재의 흐름을 뒤집고 대표에 선출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자유한국당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수구 복귀’ 흐름과 새로운 상품이 눈길을 끄는 ‘신상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자유한국당에게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당내 스펙트럼이 넓을 때 번창했고 한쪽 세력의 독주로 균형이 무너졌을 때 고전하거나 몰락했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압승은 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가세로 가능했습니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욕심을 부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이 대부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이었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냈고 친박근혜계였던 김무성 전 대표를 비박근혜계로 밀어냈습니다. 당내 기반을 스스로 좁힌 것입니다. 그 결과는 2016년 총선 공천 독식과 총선 참패, 그리고 정권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2008년과 2016년의 일이 자유한국당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오세훈 주호영 후보가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당내 균형이 수구 쪽으로 확 기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보수는 개혁을 전제로 존립하는 가치입니다.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세력은 보수가 아닙니다. 수구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에 이른바 보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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