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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문 정부에 “좌파독재정권”…자유한국당의 본능적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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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50)

‘김진태-황교안-홍준표-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무슨 순서?

시대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가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리버럴’ 문재인 정부를 좌파로 비판하며 극우화 조짐

‘민생 경제’-‘북한 비핵화’ 해결책 없이 색깔론 회귀

‘실용 보수’-‘개혁 보수’ 빈자리에 ‘반공 보수’ 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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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 때 소집된 국민공회에서 의장석 왼쪽에는 급진 노선의 자코뱅파가 앉았습니다. 오른쪽에는 온건 노선의 지롱드파가 앉았습니다. 그 이후 좌파는 진보, 우파는 보수를 의미하는 말이 됐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윤흥길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 ‘장마’에 이런 내용의 대사가 나옵니다.



“길을 가던 노인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몰려다니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젊은이들은 노인에게 ‘영감은 좌익이요, 우익이요?’라고 물었다. 노인은 눈치를 살살 보다가 왠지 오른쪽이 안전할 것 같아서 우익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은 ‘이 영감 반동이로구먼’이라며 마구 때렸다. 노인이 다시 길을 가다가 다른 젊은이들을 만났다. 젊은이들은 똑같은 질문을 했다. 노인은 좌익이라고 대답했다. 젊은이들은 ‘이 영감 빨갱이구먼’이라며 마구 때렸다. 노인이 다시 길을 갔다. 또 다른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같은 질문을 했다. 노인은 공포에 질려서 ‘나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라고 했다. 젊은이들은 ‘이 영감 기회주의자로구먼’이라며 마구 때렸다.”



1945년 분단과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 좌익이나 좌파, 진보라는 단어는 치명적 위험을 내포한 단어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아마도 우익, 우파, 보수라는 단어가 그랬겠지요. 이념과 관련이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남쪽과 북쪽에서 좌나 우로 몰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분단체제 남쪽에서 정적에게 좌파나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색깔론 공세는 매우 효과적인 선동이었습니다. 이승만 독재가 그랬습니다. 1963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윤보선 후보가 박정희 후보의 남로당 경력을 문제 삼아 색깔론으로 공격했습니다. 색깔론의 피해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집권 후에는 색깔론으로 정적과 민주 인사들을 탄압했습니다. 색깔론은 분단체제의 저주였고 재앙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색깔을 붉은색으로 바꿨습니다. 새누리당 행사장에는 항상 붉은색이 넘실댔습니다. 저는 어쩌면 색깔론이 전처럼 힘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색깔론은 살아남았고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졌습니다. 2017년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전 대표는 본래 이념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까지 ‘위장평화 쇼’로 몰아붙이며 누구보다도 강한 색깔론을 폈습니다. 그 결과는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였습니다.

2018년 8월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혁신과 정기국회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제언’이라는 매우 인상적인 문건을 낸 일이 있습니다.



“대중의 현재적 정치적 인식 지형이 기본적으로 ‘좌파 대 우파’로 설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대를 ‘좌파’로 규정함으로써 스스로를 점점 더 ‘우파’ 프레임에 강하게 제한해 온 전략적 오류를 극복하고, 이념적으로 경직되고 편향된 경도된 사고에서 벗어나 ‘리버럴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의 정치적·이념적 포지셔닝을 경제·안보적 실용주의에 맞추고, 사회적 개혁 과제에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냉전 반공주의, 대결적 인식으로부터의 인식적 전환을 통해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저는 자유한국당이 이제야말로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약간 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2·27 전당대회 판에 철 지난 색깔론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당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과 발언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히는 수준입니다. 민생 경제를 살리고 북한을 비핵화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실용 보수’와 ‘개혁 보수’는 간 곳이 없고, 또다시 ‘반공 보수’만 판을 치고 있습니다.

안상수 “대통령은 북한에 머리 조아리고 태극기는 오간 데 없었다”
김진태 “문재인 퇴진 투쟁 : 주사파 정권의 사회주의 열차 세우자”
주호영 “보수는 수구꼴통 꼰대정당 이미지 연상시키는 단어” 자성론


시간 순서대로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사람들의 발언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안상수 의원은 1월 23일 국회 기자실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주사파, 민노총, 정체 모를 시민단체에 둘러싸인 청와대! 더 이상 믿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북한에 가서 ‘남측 대통령’이라 머리를 조아리고, 태극기는 오간 데 없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폐기도 하지 않는데, 우리만 셀프 무장해제를 했습니다. 대명천지에 광화문에서 시민단체가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을 발족해도 그 자리에 공권력은 없었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 삼권에서 지방정부까지 좌파 정권이 장악한 작금의 상황에서 2020년 총선압승만이 문재인 좌파 정권의 광풍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지지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출마 선언문 가운데 ‘5대 비전(진태와 함께 Join Tomorrow!)’이 거의 그대로 색깔론입니다.



① 우파정당 건설 :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우파정당이 있었습니까? 그동안 한국당의 나약한 모습에 속 터지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가치가 옳다고 믿고, 끝까지 가는 우파정당을 만들겠다. 들쥐처럼 여론의 눈치만 살피는 사이비 우파는 필요 없다.

② 보수우파 통합 : 우리 당과 애국세력을 통합할 적임자 누구인가? 탈당파와도 원칙 있는 통합을 하겠다. 당을 지키고 싸운 사람만 가능하다. 나를 중심으로 보수우파 전체를 통합하겠다.

③ 문재인 퇴진 투쟁 : 주사파 정권의 사회주의 열차를 세우자. 국민 저항권 행사할 때다. 역대 이렇게 장외투쟁을 하지 않는 야당은 없었다. 장외투쟁에 나서자.

④ 한미동맹 강화, 자유시장경제 확립 : 안보가 튼튼한 나라, 기업에는 활력을, 청년에겐 기회를 주는 나라 만들자.

⑤ 총선 개헌 저지선 확보 : 자유민주주의 우리 헌법을 지키겠다. 사당화(私黨化) 배제하고, 투명한 공천으로 총선승리 이끌겠다.



주호영 의원은 27일 국회 기자실에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다른 후보들과는 정반대로 보수 혁신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독보적인 보수 자성론입니다.



“보수의 가치는 매우 소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많은 국민들에게 보수라는 말은 ‘수구꼴통’, ‘꼰대정당’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전적으로 보수정당 정치인들인 우리의 책임입니다.

언제까지 지지율 떨어질 때만 호들갑떨면서 봉사하고, 선거철에만 머리 숙인다는 비판을 받아야 하겠습니까?

지금 영국의 보수당은 기존의 보수주의 이념과 정책 노선을 재정립하고, 노동당의 경제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재집권에 성공하였습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들께서 보수라는 이름을 버리라고 한다면 버릴 각오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겠습니다.

구시대적 보수주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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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문재인 정부 ‘적화통일’ 암시
홍준표 “보수 우파 출신 전직 두 대통령을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구속”
심재철 “자유민주통일이 아니라 연합제와 연방제를 절충하는 식의 헌법 개정안”
정우택 “좌파독재정권에 맞서야”···“진보좌파 사회로 바꾸어 보겠다는 그 무지”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9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공안검사 출신답게 짧지만 아주 강렬한 표현으로 색깔론을 폈습니다.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철 지난 좌파 경제실험 소득주도성장이 이 정권의 도그마가 되었습니다.”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당당하게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고,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정권이 추구하는 통일과 국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통일이 같은 것인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 온 자랑스러운 자유 우파 정당입니다.”



‘이 정권이 추구하는 통일’이 무슨 의미일까요? ‘적화통일’이라는 뜻이겠지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적화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홍준표 전 대표는 30일 출판 기념회에서 대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출마 선언문 곳곳에서 문재인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좌파 정권의 정치 보복과 국정 비리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좌파 정권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때입니다.”

“총선압승을 통해 좌파 개헌을 막고,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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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선언문은 평소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에 비하면 점잖은 편입니다. 그가 1월 24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보수우파 출신 전직 두 대통령을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구속, 영어의 몸이 되게 한 정권이 아직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전직 사법부의 수장도 적폐로 몰아 인민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막장으로 가는 대한민국 그 끝은 어디인가요? 북과 연합하여 우리끼리의 세상만 만들어 가는 저들의 마지막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요?”

“깨어 있는 국민만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공산주의 국가의 인민재판이라고 한 것입니다. 색깔론의 강도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심재철 의원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운동권 출신인데도 강렬한 색깔론을 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민생 경제가 도탄에 빠졌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남북군사합의서’로 국가 안보의 토대를 허물며,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통일이 아니라 연합제와 연방제를 절충하는 식의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좌파와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용감한 보수, 이기는 심재철이 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10년 야당 생활을 했습니다. 이전 진보 정권보다 더 좌 편향적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앞으로 더 가혹한 야당의 혹한기를 대비해야 합니다.”



정우택 의원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이지만 이념적 편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출마 선언에서는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자성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정권으로 규정했습니다.



“좌파독재정권에 맞서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습니다. 진보 정권 20년을 만들어 보겠다는 그 오만에 맞서, 진보좌파 사회로 바꾸어 보겠다는 그 무지에 맞서, 문 정권의 끝없는 쇼통과 내로남불 그 위선에 맞서 강력한 ‘투쟁 야당’으로 당의 체질을 확 바꾸겠습니다.”



당권 주자들을 색깔론의 강도에 따라 순서를 매기면 대략 김진태-황교안-홍준표-심재철-안상수-정우택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주호영 의원은 색깔론이 아니라 반대로 보수 자성론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떨까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대표 출마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인데, 평소 이념적 성향으로 미루어 색깔론 대열에 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뒤에 “이념적으로 경직되고 편향된 경도된 사고에서 벗어나 ‘리버럴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반성문까지 써 놓고도 계속 문재인 정부와 이념 대결을 벌이며 자신들은 오른쪽 끝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자신을 점점 더 우파 프레임에 가두고 있는 것입니다.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 주자들은 아마도 영남에 쏠린 당심을 얻기 위해서 전술적으로 그런 태도를 취하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전체가 자꾸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문재인 정부를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사람이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과거 한나라당에서 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던 사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은 지난 1월 27일 ‘2월 임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며 국회 앞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집회 제목이 ‘좌파독재 저지 및 초 권력형 비리 규탄대회’입니다. 참석자들은 ‘안보파탄 경제파탄 좌파독재 막아내자’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대선 당시 특보를 지냈다는 의혹이 있는 인물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임명한 대통령의 행위를 야당이 규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야당의 존재 가치는 정부 여당에 대한 감시와 비판입니다. 그런데 ‘좌파독재’라는 말은 왜 들어간 것일까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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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민주주의 민생 지키기 위해 좌파 독재 저지”···2월 국회 일정 거부
유승민 “보수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개혁 보수 깃발 살아 있다”


다음날인 1월 28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휴일인 어제 자유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와 민생을 지키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의 좌파독재를 저지하고 권력 농단과 초 권력형 비리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고 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와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발언을 아무리 뜯어봐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왜 ‘좌파독재’라는 것인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으로 채택한 4·27 판문점 선언 직후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막연히 한반도의 비핵화만을 이야기했다”고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한 비판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하고 “남북정상회담의 진행 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전혀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수위를 조절한 평가를 다시 내놓은 일이 있습니다. 오락가락한 것입니다.

최근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와 당 지도부의 이런 모습을 보여 저는 자유한국당의 색깔론이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기득권 세력의 무의식 속에 집단으로 각인된 본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월 14일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지만, 2년 전 오늘은 바른정당을 창당한 날입니다. ‘보수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신념 하나로 개혁 보수의 깃발을 세웠던 날입니다.

바른정당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지만,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생각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죽음의 계곡 속에서 모진 풍파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함께 하는 동지들이 그 꿈과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꼭 희망의 새봄이 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바른 정당을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그 사랑에 보답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유승민 의원은 평소 좌파나 우파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다른 정치인을 색깔론으로 공격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늘 ‘개혁 보수’나 ‘합리적 보수’, ‘보수의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유승민 의원이 진정한 보수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는 대한민국 정치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철 지난 색깔론을 펴는 극우 세력이 자유 한국당 지도부를 장악하면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아서 세를 좀 불릴 것입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도 대구·경북과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정한 세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면 반사이익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좌파 타령만 떠들면서 아무런 정책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집단과 세력에게 절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보수의 혁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야 보수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의 성찰과 각성을 간절히 기대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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